[한라포커스] 제주 마을기업 넷에 하나 '휴업 중'

[한라포커스] 제주 마을기업 넷에 하나 '휴업 중'
[마을기업 지정 10여년, 제주는…] (상)
마을기업, 주민 이익 실현·공동체 활성화 역할
현재 지원 체계에서는 '지속가능성' 확보 한계
경영 고전에 매출도 큰 차이… 11곳 매출 없어
  • 입력 : 2024. 06.10(월) 15:35  수정 : 2024. 06. 25(화) 18:18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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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표 마을기업인 무릉외갓집을 상징하는 상품인 '농산물 꾸러미'.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제주도내 마을기업 4곳 중 1곳이 사실상 '휴업' 중이다. 마을주민이 지역자원을 활용해 소득을 내고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마을기업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재의 지원 체계는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도내 마을기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본다.

|'성공 사례' 있지만…

무릉외갓집영농조합법인(이하 무릉외갓집)은 제주의 대표적인 마을기업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를 기반으로 조합원 55명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기업 지정(2013년) 10년 만인 지난해에는 '모두애(愛)마을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애마을기업은 마을기업에 주어지는 '최고 타이틀'로, 높은 매출과 브랜드 가치가 있는 '간판 마을기업'에 주어진다. 이에 걸맞게 무릉외갓집의 지난 한 해 매출은 14억원에 달했다.

농산물 꾸러미는 무릉외갓집을 상징하는 상품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농산물로 꾸러미를 구성해 매달 소비자의 집으로 배달하고 있다. 2년 전부턴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오래 전에 문 닫은 마을 분교를 리모델링해 선보이는 공간이다.

김순일 무릉외갓집 실장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참여가 (무릉외갓집 성공의) 핵심 부분인 것 같다"면서 "농산물 생산을 담당하는 마을 주민과 유통을 맡고 있는 이주민 직원들의 화합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마을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모두 43곳(제주시 20곳, 서귀포시 23곳)이다. 지역 농수축산물을 가공해 제품으로 생산하는 곳부터 생태체험, 관광콘텐츠, 교육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곳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무릉외갓집과 같은 '성공 사례'는 일부에 그친다. 대부분 이제 첫발을 내딛은 1차 지정 마을기업인데다 한 해 매출액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운영난에 지정 취소도

도내 마을기업을 성장단계별로 구분하면 지정 첫 단계인 '신규 마을기업'이 전체의 약 40%(17곳, 2023년말 기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재지정 마을기업(2차 지정)은 12곳, 고도화 마을기업(3차)은 5곳이었다. 3차 지정 이후 '우수사례'로 지정된 마을기업은 8곳(우수마을기업 6곳·모두애마을기업 2곳, 18.6%)으로, 도내 마을기업 5곳 중 1곳에 못 미쳤다. 나머지 1곳은 운영실적이 저조하지만 회생 의지가 있는 '재도약' 마을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마을기업은 한 해 벌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작년 기준 도내 마을기업 3곳이 10억원 이상, 2곳이 5억~10억 미만, 8곳이 1억~5억 미만의 매출을 올렸지만, 전체 마을기업의 약 70%(30곳)의 연매출은 1억 미만이었다. 특히 이 중에 11곳은 사실상 '휴업'으로 매출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기업이 있다 보니 지정 취소되는 곳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도내 마을기업 6곳이 지정 취소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곳, 2022년 1곳, 2023년 2곳이다.

운영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중 하나가 대표자 변경이다. 일반적으로 마을회를 중심으로 마을기업이 꾸려지다 보니 이장 등이 바뀌면 사업에 동력을 잃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업종 변경 검토, 코로나19 여파, 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을 멈추고 '숨 고르기'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 경제활력국 관계자는 "마을회 임원이 바뀌면서 정비가 안 돼 사업이 멈추거나 새로운 사업으로 변경하기 위해 임시 휴업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4년 마을기업 실태조사에서) 폐업한 곳도 확인돼 향후 검토를 거쳐 행정안전부에 (지정 취소에 대한) 의견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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