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인형 집착? 처음 줄 때 마음 생각하세요" [가치육아]

"애착인형 집착? 처음 줄 때 마음 생각하세요" [가치육아]
[가치육아 - 이럴 땐] (33) 아이의 습관(2)
아이에게 편안함과 위안 주는 애착 물건
부모에 의한 일방적 분리 바람직 안 해
마음 읽기로 대화 나누고 '대안' 고민을
  • 입력 : 2024. 04.18(목) 11:13  수정 : 2024. 04. 21(일) 11:25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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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애착 물건은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안거나 손으로 만지면서 편안함과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한라일보]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을 더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육아템'으로 여겨지는 '애착 인형'. 그런데 애착 인형을 떼놓지 못하는 아이를 볼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은지에 대한 물음 때문일 텐데요. 이럴 때 부모가 생각해 보면 좋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줬다가 뺏는다? 일방적 분리 안돼"

아이의 애착 물건은 인형만이 아닙니다. 집에서 쓰는 베개나 이불을 인형처럼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애착 물건은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안거나 손으로 만지면서 편안함과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어딜 가나 애착 인형을 가져가려는 것도 때가 되면 멈추게 됩니다. 손가락을 빨던 아이가 초등학교쯤 되면 부끄러움을 알고 그 행동을 그만하는 것( [기사 보기] 가치육아 32화 '아이의 습관(1)')처럼 말입니다. 애착 인형도 자연스레 '추억 상자'에 들어가는 시기가 오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애착 인형을 찾는다면 부모로선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전에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아이에게 애착 인형을 처음 줬을 때의 마음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엄마나 아빠를 기다릴 때, 우유가 오는 사이에, 잠이 드는 순간에, 애착 물건에 의지하면서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 말입니다. 그때 그 마음을 우선 떠올려 보세요.

부모의 그런 마음이 아이에겐 인형에 애착을 갖게 했을 겁니다. 부모가 준 것이기에 더 소중히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애착 인형을 들고 다니는 걸 반드시 고쳐야 하는 '나쁜 습관'으로 여길 수 있을까요.

애착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대로 둬도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나중에 커서 학교에까지 들고 다닌다면 분명 문제이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부분의 경우 자연스레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에 의한 일방적인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해 계속 줬다가, 나중에는 안 좋은 습관으로 보여 결국엔 빼앗는 게 돼 버립니다.

애착 인형도 자연스레 '추억 상자'에 들어가는 시기가 오기 마련입니다.

|"아이 '마음 읽기' 우선돼야"

굳이 고쳐야 할 습관이 아니라고 해도 부모 입장에선 난감하고, 계속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인형이나 이불, 베개와 떨어지는 게 싫어 세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에서처럼 말입니다. 이때도 부모에 의한 분리는 좋지 않습니다. '마음 읽기'를 전제로 아이와 얘기하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가장 먼저 "가치(*아이 이름)야, 인형이 없으면 어때?"라고 물어보세요. 아직 말을 못하는 아이에겐 "가치가 인형이랑 있는 게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하구나", "인형이 없으면 불안하구나"처럼 말을 바꿔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충분히 마음을 읽어준 뒤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겁니다. "인형이 더러워지면 병균이 생길 수 있고, 병균이 생기면 가치도 아플 수 있어." 그러면서 부모와 아이가 애착인형을 함께 빨아보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형을 깨끗하게 빨고 뽀송하게 마르는 걸 지켜보는 아이는 불안감보다 흡족함이 클 겁니다.

아이가 애착 인형과 떨어지기 싫어 세탁을 거부한다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인형을 빨아보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영아 때 사용했던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떼는 과정도 비슷합니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일방적으로 쪽쪽이 사용을 멈추게 해선 안 됩니다. 잠잘 때마다 쪽쪽이를 쓰는 게 이미 습관이 됐다면 쪽쪽이를 숨기거나 없애는 방법으로 단번에 끊어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럴 때 역시 쪽쪽이를 하면 어떤지 등을 물어보며 마음 읽기를 거치고, 조금씩 사용을 줄여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엄마 아빠와 밖에 나가서 놀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맛있는 걸 먹고 신나게 뛰놀거나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모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단기간에 쪽쪽이를 떼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이 아이를 도와주면 쪽쪽이와 점점 멀어질까'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존중한다면 아이의 물건을 함부로 해선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는 '존중한다' '사랑한다'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게 돼 버립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아이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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