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이럴 땐]⑮ "하기 싫어!"라는 아이, 이유 봐 주세요

[가치육아-이럴 땐]⑮ "하기 싫어!"라는 아이, 이유 봐 주세요
하기 싫다고 "하지마!" 해선 안 돼
맞대응보다 고민하며 '왜?' 고민을
  • 입력 : 2023. 01.26(목) 15:3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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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세상을 살다 보면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것과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죠. 양치질이 하기 싫어도 치아 건강을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기 싫은 날에도 함부로 건너뛸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질문. 다섯 살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꼭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아이가 하기 싫다고 할 땐 뭐라고 말해 주면 좋을까요. 부모가 어떻게 말하면 아이가 덜 싫은 마음으로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네. 아이가 꼭 해야 하는 일인데도 하기 싫다고 할 때 어떻게 말해 주면 좋을지 궁금하셨군요. 그럴 땐 영아와 유아기로 나눠, 달리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는 무얼 싫어했나"… 부모부터 생각해 봐야

우선 영아입니다. 영아기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엄마아빠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시기예요. 엄마아빠의 걸음걸이, 표정, 먹는 것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 '가기 싫다', '하기 싫다'하는 것도 무언가를 통해서 배운 것일 수 있어요. 부모가 싫어하면 아이도 싫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경우엔 부모부터가 나는 언제 어떤 게 싫다고 했는지, 어떨 때 아이에게 안 된다고 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그런 다음엔 함께 고민해 보는 거예요. 아이가 무언가를 하기 싫다고 했을 때 "왜 싫어!"라고 바로 맞대응하지 않고 여유를 두고 되짚어보는 거지요. 이때 부모는 자꾸 생각하고 고민하는 말투로 물어야 해요. 아이가 어디를 가기 싫다면 "무엇 때문에 가기 싫어하는 걸까", 씻기 싫다면 "어떤 게 싫은 걸까. 씻을 때 무슨 문제가 있었나"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부모가 이렇게 여지를 두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무조건 싫다'고 하기보다 뭐든 생각하면서 말하게 될 거예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좋아질 수 있어요. 자신한테 관심을 가져 주는 게 전해지기 때문이죠. 그러니 부모의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싫다고 할 땐 그 이유를 물어봐 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좋고 싫음 분명한 유아기… '싫은 이유' 물어 주세요

유아기가 되면 좋고 싫음이 더 분명해져요. 좋고 싫은 이유가 확실히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것을 물어봐 줘야 합니다. 아이가 뭔가를 싫다고 했으면 이유를 물어보는 거예요. 그게 아이가 반드시 해야 하는 거라면 "그걸 안 하면 어떨 것 같아?"라며 감정이나 기분도 물어보고요.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좋아? 싫어?"처럼, 딱 두 가지로만 대화를 하면 그것밖에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유를 설명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뭐든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전에 질문을 받은 적이 있던 상황을 들어 볼게요. 아이가 엄마에게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해요. 자기는 무조건 집에 있겠다고 하는 거죠. 사실 엄마는 그 이유를 알고 있어요.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요. 이때 엄마가 "너 게임하고 싶어서 그러지?"라고 말하면 아이는 숨어버릴 수 있어요. 거짓말하게 되고 어떻게든 다른 이유를 찾아내려 할 수 있죠.

아이가 싫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천천히 물어봐야 합니다. "왜 어린이집이 가기 싫을까", "어린이집에 안 가면 어떨 것 같아?"처럼 말이지요. 그럼에도 "나 혼자 놀 수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 이때는 "어린이집에 안 가면 친구도 선생님도 기다려"라는 말도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것조차도 싫다는 거거든요.

그러니 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고 집에 혼자 남겨졌을 때의 상황, 이로 인한 걱정 등을 말해 주세요. "엄마가 나가면 네가 혼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밥은 어떻게 하고? 혼자 있다가 아프거나 했을 때도 걱정이네"처럼 말이에요.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와 타협점을 찾아갈 수도 있어요.

아이의 싫다는 말에 바로 맞대응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함께 고민해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공부 싫어한다고 "하지 마!"?… "이런 말은 해선 안 돼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가 공부나 숙제를 하기 싫다는 상황이에요. 억지로 하면 더 하기 싫어지는데 "꼭 해야 돼! 안 그럼 선생님한테 야단맞아"라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래. 숙제하기 싫을 수 있지. 근데 안 해도 괜찮은 거야?"하고 말이지요. 숙제를 안 해도 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아이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어요. 해야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안 하겠다는 아이도 있을 수 있죠. 그럼에도 "그럼 하지 마. 안 해도 돼!"라는 말은 가장 해선 안 됩니다. 그래 놓고는 얼마 뒤엔 공부는 꼭 해야 되는 거라고 말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무언가를 "하지 마라"는 것은 어찌 보면 무책임한 거예요. 그걸 하고 안 하고는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요.

'공부'라고 하면 지식을 쌓고 학습하는 것만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공부이지요. 공부를 이런 관점에서 보면서 아이와 함께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걸까. 공부를 안 하면 어떨 것 같아?"처럼 그 이유도 생각해 보고요. 그러면서 "아 가치(*아이 이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공감해 주며 "그렇다면 네가 스트레스 안 받고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논의하기도 하고요. 매일 30분씩만 한다든가, 아침저녁 특정 시간에 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을 아이와 같이 정하는 거죠.

|부모와 아이가 조율할 땐? "아이 편에 서 주세요"

근데 이때도 중요한 게 있습니다. 부모가 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따라주는 거예요. 부모는 아이가 숙제를 다 하고 놀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먼저 놀고 나서 숙제를 하겠다고 해도 일단 아이를 믿어봐 주기도 하고요.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 공부에 집중하는 아이. 자신이 약속한 걸 지켜서 뿌듯하고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흥미가 더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조율할 때는 정말로 아이 편에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신뢰)'과 '기다림'이라고 생각해요. "숙제 했어, 안 했어? "학원 갔다 왔어?"라며 습관처럼 묻는 질문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부모가 자꾸 묻고 의심하면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릴 수도 있고요.

아이도 한 인격체로 인정하며 믿음을 가지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자신이 선택해서 했을 때 즐겁고 재밌는 감정을 많이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행복이,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며 능동적으로 자라게 되니까요.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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