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올해 감귤의 첫인상을 좋게 하자

[현해남의 월요논단] 올해 감귤의 첫인상을 좋게 하자
  • 입력 : 2021. 08.09(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첫인상은 중요하다. 한번 흐린 첫인상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제주 감귤의 첫인상은 극조생 감귤이다. 극조생 감귤의 첫인상이 좋아야 그 해의 감귤가격을 높게 이끌어 간다. 극조생 감귤의 첫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보자.

당도가 높은 극조생 감귤만 유통되게 해야 한다. 햇과일 개념의 극조생 감귤이지만 당도 8 oBx 이하의 감귤은 소비자의 첫인상을 찡그리게 한다. 다른 햇과일은 당도가 조금 낮아도 산도가 낮아서 소비자는 햇과일이려니 하고 관대하다. 그러나 산도가 높은 감귤은 조금만 당도가 낮아도 입 안에 신맛이 돌며 외면받는다. 올해는 10 oBx 이상의 극조생 감귤의 첫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줘서 제주 감귤의 팬을 만들어야 한다.

충분히 익은 극조생 감귤만 수확하고 유통돼야 한다. 돈에 눈이 먼 약삭빠른 몇몇 감귤 상인이 10월 이전에 유통시키는 극조생 감귤이 첫인상을 흐려서 전체 감귤가격이 하락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량 제품을 파는 사기꾼이나 하는 짓이다. 모두가 감시자가 돼 뿌리를 뽑아야 한다.

유통과정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장성을 높여야 한다. 저장성을 높여 품질을 유지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수확하는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 감귤 표면에 이슬이나 물이 묻어 있을 때 수확하면 쉽게 부패한다. 감귤이 나무에 달려 있을 때는 표면에 묻어 있는 물속의 부패균이 과일로 침투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확하자마자 과일 표면에 묻은 물속의 부패균이 과일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이 많고 높은 가격을 받는 농가는 이슬이나 물이 묻었을 때는 절대로 수확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수확 가위로 상처를 내며 수확해서는 안 된다. 10여 년 전 영국에 감귤을 수출할 때 영국 수입 검사관이 제주 감귤이 쉽게 부패하는 원인의 대부분이 수확 가위로 상처를 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극조생 감귤만큼은 하루 수확량이 적어도 상처 없이 수확해야 한다.

극조생 감귤 재배 방법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당도는 햇빛을 잘 받아 광합성을 잘해야 높아진다. 햇빛을 받아들이는 엽록소의 중심 성분은 마그네슘이다. 즉, 마그네슘이 적절하게 함유된 원예용복비를 사용해야 당도에 도움이 된다. 마그네슘이 없는 ‘슈퍼21’이나 일본에서 수입하는 고가 수도용 비료를 사용하며 당도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쌀과 감귤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농사꾼이나 하는 방법이다.

극조생 감귤은 원래 유통기간이 짧다. 모든 과일은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염화칼슘으로 엽면시비용 칼슘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과일이 연화되면서 생성되는 옥살산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성공하는 사과, 고추, 토마토 농가처럼 과학적이어야 한다.

제주 감귤은 노지, 타이백, 하우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다양한 감귤이 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극조생 감귤은 제주 감귤의 첫인상을 깎아내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제주 감귤의 첫인상을 행정이 만들어줄 수는 없다. 자기 얼굴은 자기가 가꾸듯이 감귤 농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67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