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도의 현장시선] 지역주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에 지역시민은 없다

[김정도의 현장시선] 지역주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에 지역시민은 없다
  • 입력 : 2021. 03.12(금)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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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일 제주도 신재생에너지홍보관에서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부장관과 여당 국회의원, 원희룡 지사가 참여하는 등 산업부가 이번 대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왜 제주도에서 개최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에 있다.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지역 주도의 에너지 시스템을 실현하고,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며,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 최근 풍력발전의 강제출력제한 조치에 대한 대책이 핵심 내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번 행사를 제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산업부도 제주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제주도의 상황이 근 미래에 육지부에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이렇듯 산업부도 제주의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테스트베드 삼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엔 부조화가 느껴진다. 지역과 마을을 강조하면서 그 지역과 마을에 사는 시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책에선 지역 에너지 센터를 설립해 산업부, 지자체, 전문기관과 협업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할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내용에 담겨있지 않다보니 도리어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내용도 그대로 실려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내용은 제주에 전기가 남아돌기에 잉여전력을 많이 소비해 주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기 과소비를 방지하고 수요관리를 철저히 해서 재생에너지가 커나갈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이와 반하는 전기과소비를 부추기는 대책이 들어있다. 더욱이 제주도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이번 달부터 제도를 제주에 즉시 도입한다고 한다. 전기 과잉생산의 근본적 원인은 방치하고 수박 겉핥기 식의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전기 과잉생산에 가장 큰 이유는 화력발전에 있다. 전체 화력발전설비 규모만 958㎿이다. 올 겨울 제주의 최대전력수요량은 985㎿였는데 화력발전만으로 최대전력수요량의 대부분을 채울 수 있다. 제주지역에 1483㎿의 발전설비의 약 65%가 화력발전으로 비중이 상당하고, 화력발전은 2017년부터 3년간 연간 100㎿씩 늘어왔다. 이렇듯 화력발전설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은 눈감고 전기소비를 늘리거나 육지부로 전기를 보내자는 논의는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렇듯 이번 대책엔 시민이 없다. 시민의 생각과 의견이 배제된 대책은 실효성을 띄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와 논란이 발생해 사회갈등을 초래하고 대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따라서 산업부는 지금이라도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화력발전이란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엔 실패하는 대책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책이 되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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