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의 건강&생활] 혈액투석환자의 혈관관리

[이길수의 건강&생활] 혈액투석환자의 혈관관리
  • 입력 : 2021. 02.03(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벌써 우리나라의 혈액투석환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연간 발생환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한다. 콩팥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체내에 쌓이는 요산을 배출할 수 없어 요독증이 생기고 이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그나마 혈액투석 방법이 보편화 되면서 수많은 생명이 이 방법에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동정맥루라 불리는 투석혈관이 막히거나 기능을 하지 못해 며칠이라도 투석을 못한다면, 고칼륨혈증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게된다. 그래서 혈액투석환자와 의사들은 투석을 하는 동정맥루 혈관을 ‘생명줄 (life line)’이라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혈관인데도 환자들을 보다 보면 의외로 관리방법을 모르는 분이 많다.

먼저 투석혈관 동정맥루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자가혈관을 이용한 것과 인조혈관을 이용한 것이다. 자가 혈관으로 수술을 한 후 혈관 성숙화 과정이라는 것을 6주간 거치는데 20% 정도에서 실패할 수 있다. 인조혈관으로 수술을 할 경우 이 성숙화 과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면에서 자가혈관으로 수술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가혈관을 살려서 수술을 하려는 추세다. 인조혈관으로 수술을 할 경우 목욕이나 일상에서 감염의 위험이 높고, 한번 감염되면 대부분 동정맥루 자체를 못쓰게 되므로 생활의 제한점도 많다. 또한 평균 사용가능기간 역시 자가혈관이 유의하게 길기 때문에 수술과정이 쉽다고 해서 인조혈관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견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가혈관을 이용한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최선이다.

두번째는 투석을 받는 평상시 관리다. 병원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악착같이 관리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투석 후 지나치게 강하게 압박을 할 경우 혈전이 생겨 막히기도 하는데 이럴땐 지체하지 말고 혈전을 녹이거나 작은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투석 중 손이 저리거나 평소 동정맥루가 있는 손이 차갑고 창백하다면 스틸현상을 의심해야 한다. 투석혈관으로 동맥혈액이 지나치게 빠져버리는 바람에 원위부 손이나 손가락으로의 혈류가 줄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하면 손가락의 괴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투석혈관의 떨림음을 직접 체크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환자교육이 잘 돼 있어 철저히 지켜지는데 우리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떨림음이 평소보다 약하거나 떨림음 없이 맥박만 갑자기 만져지는 경우 협착이나 폐색을 의심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대부분 간단한 풍선확장시술로 다시 살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4~6개월 정도 간격으로 주기적인 혈관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비침습적이고 혈관전장에 걸쳐 혈류의 이상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사법이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동정맥루 수술만 잘 되면 오랫동안 투석을 잘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수술이 잘못된다면 성숙화 자체가 안되거나 6개월 내 문제가 생긴다.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서 관리하는가가 몇배 더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지지와 협력이 없어서는 안되는 질환이다.

보다 더 전문화되고 관리되는 투석혈관운용이 우리 제주도에도 일상이 되길 바란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2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