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정신과, 가봐야 할까?

[이소영의 건강&생활] 정신과, 가봐야 할까?
  • 입력 : 2021. 01.06(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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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겪고 그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고통이 큰지 흔히 이야기하지만, 막상 본인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우울증이 있기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라고 명쾌하게 생각하고 실제 병원에 가서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우울한 기분이 들더라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닐까?'라고 자신의 나약함을 질책하기도 하고, '생판 모르는 남 앞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 의사가 내 입장이 되어본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라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정신과 약을 먹어서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약에 의존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반복해서 드는 일을 하다가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병원에 가서 증상도 자세히 말하고 영상 검사도 해볼 것이며, 약도 먹고 물리 치료도 병행하며 치료를 위해 애쓸 것이다. 물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무거운 짐을 드는 직장을 그만두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가끔 찜질도 해주고, 바른 자세로 짐을 옮기는 방법도 연습하며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마 대부분 사람의 선택일 것이다.

우울증도 다르지 않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 누구든지 우울감이 올 수밖에 없다. 고된 노동으로 관절이 지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반복되는 절망에 지친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지쳤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허리를 삐끗해서 걸어 다닐 수조차 없는데 '남들은 잘만 걸어 다니는데' 하며 혼자 이겨내려고 하면 어리석은 일이듯, 당장 내 마음이 힘든데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를 탓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타인의 모습은 내가 판단한 겉모습일 뿐,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복잡한 삶의 요소와 감정들을 내가 어떻게 다 헤아리겠는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긋난 관절을 맞춰주지 않고 우리를 고된 노동에서 해방되게 만들지도 않지만, 염증과 통증을 완화해서 지친 관절과 주변 근육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준다. 꾸준한 운동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습관은 계속되는 고된 상황에서도 내 몸을 최대한 보호하고 더 이상의 부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을 먹는 것은 우울로 인해 균형을 잃은 뇌 신경계의 상태를 변화시키고 우울 증상을 완화해 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 살짝 벗어나 스스로 회복해 나갈 시간을 얻는 것이다. 더불어 상담 치료를 받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치 바른 자세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듯, 내면에 일어나는 감정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법을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터득하는 일이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단순히 약을 먹어서 나을 수 있는 질환은 많지 않다. 그런데 우울증이 의외로 약으로 치료가 잘 되는 질환에 속한다. 그리고 약 복용과 정신 상담이 병행되었을 때 그 치료 성과는 가장 오래 지속된다. 우울증을 비롯한 많은 정신 질환들은 절대 나약함이 아니다. 치료법이 있고, 나아질 수 있는 질환이다. 아픈 마음을 방치하지 말고 한 번 치료를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이소영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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