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 (7) 일본해녀 '아마'들의 밥상(하)

[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 (7) 일본해녀 '아마'들의 밥상(하)
'3대 아마(海女)'로 통하는 미에현 도바시 오사츠 마을
  • 입력 : 2017. 11.13(월) 20:1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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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구워 맛볼 수 있는 불턱체험장.사진=김희동천기자

불턱·음식·전통문화 체험 등 관광상품 인기
"요리법 달라져도 제철재료 쓰는 원칙은 지켜"


일본 미에현 도바시는 일본에서 아마가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505명이 도바시에서 조업 중이다. '아마(海女)'는 도바시를 지탱하는 중요한 산업임과 동시에 하나의 살아있는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직 아마가 직접 요리해주는 제철 해산물을 먹기 위해 도바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도바시는 지역의 핵심관광자원인 아마를 위해 아마환경 개선사업, 노후화 시설 개·보수, 조업도구 구입 등을 위한 다양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불턱체험, 지역관광 효자상품=도바시에서는 아마가 그날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구워 맛볼 수 있는 관광상품이 있다.

2·3 오사츠 마을 해녀민박요리로 조개·소라구이.

바로 해녀오두막에서의 불턱체험이다. '아마고야(海女小屋)'는 아마들이 물질할 때 몸을 데우기 위해 불을 쬐고 휴식하는 곳으로 이곳을 관광상품화한 것이다.

아마들은 오전 물질 후 불턱에서 소라, 말린 각재기(전갱이), 성게, 조개, 떡 등을 구워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는데 가격은 1인당 3500엔(약 3만5000원) 정도다. 불턱체험을 갓 시작한 2007년만 해도 일 년간 고작 1854명의 관광객이 해녀오두막을 찾았지만 점점 입소문이 퍼지며 지난해에는 무려 1만5919명이 방문했다. 이중 1112명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도바시청 마야모토 마수히토 수산계장.

도바시 미야모토 마수히토 수산계장은 "현재 도바시에는 3곳의 불턱체험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모두 성업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마가 직접 제철 해산물을 요리해준다는 점 외에도 아마전통복장을 직접 입어보는 등 아마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사츠마을 해녀민박요리 바닷가재구이.

해녀오두막에서는 머릿수건과 소매 등에 별 모양(세만)과 격자모양(도만)의 표시가 수놓인 머릿수건을 포함한 아마복장을 체험해볼 수 있다. 별과 격자 모양을 수놓는 이유는 바다요괴 '도모카즈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예로부터 이어져오는 아마의 독특한 풍습이다.

취재팀도 직접 체험에 나섰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한 다음 옷을 입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숯불을 피우고 그 위에서 구워주는 해산물의 신선함 때문에 멀리서 찾은 이들도 제법 보였다.

오사츠마을 불턱체험장에서 직접 체험에 나선 취재팀과 일본의 아마.



오사츠마을 불턱체험을 해주는 아마.



오사츠마을 불턱체험장 입구.



사카이 부부(효고현 히메지시)는 "불턱에서 맛본 해산물 맛을 잊지 못해 다시금 오사츠 마을을 방문했다"며 "해산물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해산물을 자주 먹지 않는데 불턱에서 금방 구워진 해산물에는 비린내가 없어 유난히 맛있다"고 말했다.

▶오사츠 마을 홍보대사 '3대 아마'=시어머니, 며느리, 손녀로 3대째 이어 물질을 하고 있는 3대 아마 민박집은 오사츠 마을의 관광명소다.

3대째 이어 물질을 하고 있는 오사츠 마을의 홍보대사인 시어머니 스미코, 며느리 사나에, 손녀 시즈카





시어머니 스미코(78), 며느리 사나에(50), 손녀 시즈카(26)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제작된 오사츠 마을 홍보 포스터는 도바시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미코씨는 물질 경력만 63년. 시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시작했다는 사나에씨도 어느덧 23년 물질을 한 베테랑이 됐다. 그녀는 "내가 아마가 된다고 했을 때는 시어머니가 위험하다고 반대하셨고 딸이 아마가 된다고 했을 때는 내가 반대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3대에 이어 아마가 됐다"며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해남이 되려고 물질을 배우고 있는데 결국 말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 후 임신해 잠시 물질을 쉬고 있다는 시즈카씨는 18세부터 해녀를 시작했는데 당시 이 점이 화제가 돼 도바시 홍보모델로 뽑히기도 했다. 지역 미인대회 최고상을 받을 만큼 미모가 출중했던 그는 미에현 도바시를 알리는데 역할을 해왔다. 시즈카씨는 "대학생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제주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하도리 해녀박물관과 제주해녀들이 만들어줬던 전복죽 등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오사츠마을 3대 해녀민박 전경.





▶'아마의 마을'로 인정받기까지='아마의 마을'로 인정받기까지 마을주민들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마을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오사츠 마을 촌장을 하고 있는 가나무라 유키데루 회장(64)은 "'아마'가 지역활성화의 상징적인 모델이 됐다"고 전했다. 가나무라 회장은 이 지역 출신으로 대기업에 취직해 대도시에서 13년동안 근무를 했지만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선출직 마을회장을 5번이나 연임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일본 정부가 '아마'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느라 쉴 틈이 없는 상황이다.

가나무라 유키데루 오사츠마을회장.



"예전에 비하면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그는 "'아마'가 마을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고 도바시, 미에현 전체 관광 홍보에 굉장히 기여를 많이 하고 있어 마을기념관을 찾는 이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마들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마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 아마들의 음식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아마들은 물질만 하는 게 아니라 해산물이든 야채, 곡물이든 자연에서 계절에 맞게 수확한 것들을 제철에 맞게 섭취하는 게 아마음식의 특징일 것"이라고 전했다.

단기간이 아닌 오랜시간동안 축적된 식생활이 해녀의 건강과 온화한 성격(인성)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사츠마을 기념관 전경.



오사츠 마을에 조성된 해녀전시관에 설치된 조형물. 물질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다.



이 마을의 아마들은 마을을 찾는 이들로 인해 경제적 효과를 얻고 좋은 이미지도 남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친절했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이나 아마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3대 아마 민박의 밥상은=3대 아마 민박의 식탁에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오사츠마을 해녀민박에서 나오는회.

해산물 뿐만 아니라 채소와 같은 반찬 재료도 직접 지역의 논·밭에서 채취한다는 것이다. 로컬푸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모든 식재료를 제철에 수확해 그 계절에 섭취하는 게 가장 건강한 밥상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미코씨는 "시대가 변하며 기존에 단순했던 조리법이 요즘에는 손님 기호에 맞춰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식재료에 대한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밥상은 기본 상차림부터 VIP 상차림까지 아주 다양하다. VIP 상차림의 경우 1인당 숙박비를 포함해 한 끼에 15000엔(약 15만원)인데 생선·랍스터회, 조개·대하구이, 영양오곡밥, 생선구이, 조개장 등 다양한 코스요리로 준비된다. 기본 상차림의 경우 각재기 구이, 톳 무침, 미소국(된장국) 등이 소박하고 정갈하게 차려진다.

전복과 홍합은 손님밥상에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밥상에도 자주 올라가는 식재료다. 스미코씨는 빨간 성게도 가족이 즐겨먹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턱에서 구워먹으면 장어보다 더 맛있고 영양가도 있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100세까지라도 물질을 하고 싶어 건강관리를 위해 빨간 성게를 즐겨 먹는다"며 웃어 보였다. 제주의 해녀들의 밥상이 그렇듯 일본 아마들의 밥상에도 화려함은 없었다. 건강함이 가장 큰 키워드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일본 도바시=이현숙·손정경 기자, 사진=김희동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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