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4)제1부 위기의 생태계<br>-(3)조릿대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4)제1부 위기의 생태계<br>-(3)조릿대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시행착오 예방 위해 시험구 조성후 관리범위 확대해야
  • 입력 : 2016. 04.18(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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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미와 경쟁하는 제주조릿대. 조릿대의 번성은 고산성 식물의 분포 면적이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150여종 고산성식물 생태계 영향
구상나무 등 어린 나무 발생 억제
장기적으로 종보전에 악영향 우려
한라산 식생·경관에 큰 변화 예상
조릿대 제거·방목 선행과제 많아
생태계 교란 역효과 불러올 수도
국내·외 한라산 가치 고려한다면
실행시 과학적·체계적 접근 중요


[전문가 리포트]고정군 박사(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고정군 박사

▶한라산 제주조릿대의 동태= 제주조릿대는 오랜 기간 동안 한라산의 역사와 같이 해온 대표적인 식물이다. 조릿대는 꽃이 피면 일정기간 사라졌다가 다시 재생되는 특성으로 번성과 쇠퇴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아직 한라산 조릿대의 번성과 쇠퇴 요인이나 주기 등에 대한 연구내용은 없다. 다만, 최근이 한라산에서 조릿대가 최대 번성시기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1980년대까지도 한라산 조릿대의 분포범위는 해발 1900m까지였다. 그러나 조릿대가 분포하지 않거나 분포하더라도 다양한 식물들이 공존하면서 생태계를 지닌 지역이 넓게 있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지역, 특히 탐방객이 많이 찾는 윗세오름이나 선작지왓 일대 등을 중심으로 조릿대가 확산되었고, 다양한 고산식물 등이 볼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조릿대에 의해 한라산의 많은 식물들이 분포영역이나 개체수 감소 현상들이 관찰되면서, 조릿대의 생리나 생태적 특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접근이 시작되었다.

▶번성요인= 최근 20~30년 동안 한라산국립공원 내 제주조릿대가 번성한 것은 영상자료 분석이나 몇몇 연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분포범위의 확산은 한라산연구소에서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만세동산, 윗세오름에서 실시한 면적변화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만세동산에서는 1년 동안 20~30%, 윗세오름에서는 15~16% 정도 면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다른 특성은 단위면적당 발생되는 줄기의 수, 즉 밀도가 높아지고 키가 커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번성 원인은 조릿대가 다른 식물에 비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종간경쟁력이나 뿌리를 통한 번식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겨울철의 기온이 따뜻해지거나 봄철이나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하면 대나무의 새로운 줄기의 발생이 높아지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다.

▶생태계 영향= 제주조릿대의 번성으로 한라산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중에서 생물다양성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현재 조릿대에 의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이들 지역에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키가 작거나 포복성인 고산식물이다. 조릿대의 번성은 이들 식물들을 피압하면서 종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대략 150여종으로 알려진 고산성 식물의 분포면적이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사라져가는 식물과 관계된 다양한 곤충 등 동물의 개체수 감소 등의 연속반응으로 발생하면서, 전체적으로 한라산 생물다양성의 감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부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구상나무, 산철쭉이나 털진달래와 같이 비교적 키가 큰 식물에서도 종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어린나무들이 발생되어야 하는데, 조릿대가 어린나무의 발생을 어렵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종 보전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라산의 식생, 생태계 및 경관 등에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고 있다.

▶관리 접근방안= 지금 조릿대와 관련한 여러 관리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한라산이 갖는 국내외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실행에 있어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릿대의 제거를 한라산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하거나 말 방목 등을 통한 관리는 검토가 요구되는 많은 선행과제를 지니고 있다. 일시적인 조릿대 줄기의 제거 등을 통한 관리는 보다 많은 조릿대가 발생하는 특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단기간에 효과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멸종위기식물의 자생지 등 특정지역의 조릿대 제거를 위해서도 조릿대의 생리 및 생태적 특성을 토대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제거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광범위한 지역의 일시적인 제거나 말 방목 등을 통한 제거는 한라산의 훼손유발 방지 등 다양한 조릿대의 긍정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교란까지 유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현재 조릿대의 번식특성, 생물다양성에 대한 영향에서 조릿대 벌채나 방목이 종다양성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등에 실험적 연구접근이 이루어졌다. 다만, 조릿대란 식물의 생리 및 생태적인 특성을 고려한 '한라산국립공원내 조릿대의 관리나 종 보전 등을 위한 실행연구와 전력마련'은 거의 이루어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조릿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태계 요인을 지닌 지역에 일정규모의 시험구를 조성하여 조릿대 제거 등의 효과 및 방법을 현장 시험을 거친 후 관리 범위확대 등에 대한 접근이 요구된다. 더욱이 조릿대의 제거를 통한 대규모의 관리접근에 앞서 한라산 생태계의 건강지수 및 생물다양성 지수 평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조릿대의 관리가 생태계의 우수한 가치가 지속되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한라산이 지닌 국내외적인 가치를 고려할 때 어떠한 시행착오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태계 건강성 진단.평가 시급

국내외 국립공원 시행... 한라산은 도입안돼
조릿대관리 인위적 간섭은 최소화 접근 필요


환경부가 올해 1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 현안사항과 관련해 제주도에 내려보낸 경고성 공문의 요지는 크게 세가지다.

그중 하나는 구상나무가 고산지대에 사는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로서, 보전가치가 높기 때문에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장차 한라산이 조릿대공원이 되어 국립공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주도가 아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환경부 및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조릿대 관리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꽃핀 제주조릿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력해 한라산국립공원의 생태계 건강성 지수를 평가하고 이에 따른 보전과 복원의 대안을 발굴하도록 한 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012년부터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존상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건강성 평가'를 도입해 시행해 오고 있다. '생태계 건강지수'는 '국립공원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을 진단·평가하는 대표지수이다. 이들 평가는 종다양도, 멸종위기종, 생태교란(외래)종 뿐만 아니라 수질, 탐방로와 관계된 파편화지수 등이 사용된다.

이는 각각의 지수값이 과거에 비해 상승, 유지, 하락여부를 알고, 종다양성 지수가 하락했다면 그 원인분석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여 관리하는 접근이다. 예를들어 조릿대가 번성한다면 이들 지수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종다양성 지수가 하락했고, 그 원인이 조릿대라면 적극적으로 관리해서 종다양성 지수를 높이는 관리방안이 필요한 것이고, 멸종위기종 지수가 하락했다면 그에 대응하는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국내외의 상당수 국립공원에서는 생태계 건강성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라산국립공원은 이에 대한 접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의 조릿대관련 경고 메시지 중 '생태계 건강지수 평가를 통한 보전과 복원 대안 발굴 등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한 내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고정군 박사는 "제주조릿대의 관리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건강성 유지에 목적을 두고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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