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대중성과 전문성 '아슬한 경계'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대중성과 전문성 '아슬한 경계'
  • 입력 : 2010. 03.30(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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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합창단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선정놓고 논란
"음악적 개발 무게 실어야"

반짝거리는 민소매 셔츠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했다. 반주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했다. 남성들도 뱅그르르 몸을 돌리듯 가벼운 춤 동작을 이어갔다. 객석에서 웃음 소리가 터졌다.

지난 25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 제주특별자치도립제주합창단(옛 제주시립합창단)의 예순아홉번째 정기연주회가 마련됐다. 신종플루로 몇차례 연기되었던 무대라고 했다. 9개월만에 열린 정기연주회였다.

존 레빗의 '축제 미사'로 막이 오른 이날 무대는 거제도 뱃노래, 이탈리아 가곡 모음, 팝 메들리 등이 이어졌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넘쳤다. 짧은 휴식이 끝난 뒤 펼쳐진 음악회 후반으로 갈수록 청중석에서 반응이 일었다. '딱딱한' 연주복을 벗어던지고 뮤지컬 배우처럼 변신한 단원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무대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1985년 창립한 제주합창단은 지역 합창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전문합창단이다. 1999년 창작뮤지컬 '자청비'를 기획해 선보였고 제주도립교향악단(옛 제주시향)과 공동으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공연했다. 2002년에는 창작오페라 '백록담'에 참여했다. 이들 공연만이 아니라 정기연주회, 기획연주회, 찾아가는 연주회 등 여러 무대에서 다양한 빛깔의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관객과 만나왔다.

이중 정기연주회는 1년에 네차례 진행하고 있다. 신년음악회, 가정의 달 음악회 등 때맞춰 이루어지는 공연에 비해 정기연주회는 합창단의 역량을 한층 힘써 모으는 무대로 여겨진다. 그래서 예술성이 깃든 합창 명곡이나 창작곡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

이와관련 최근의 제주합창단 정기연주회가 합창에 관심을 둔 지역의 음악팬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대중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한번에 잡기는 어렵겠지만 정기연주회 곡목이 지나치게 대중성에 기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합창단의 지휘자는 이를 두고 "대중적 음악을 연주하는 게 꼭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곡목보다 중요한 일이 어떻게 그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란 점이다. 도립합창단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할 때 그 존재 의미가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자칫 공립예술단의 위상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관객들이 청각보다 시각이 앞서는 무대에 익숙해지다보면 음악적 개발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음악가의 말처럼 달콤한 사탕의 맛을 즐기다보면 몸에 좋은 보약은 쓰디쓰다며 물리치는 일이 벌어진다.

이 기회에 합창단을 운영하는 지자체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입장객 수에 따라 공연의 성패를 가늠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도립예술단 운영위원회 활성화를 주문한다. 합창단을 포함해 도립예술단 공연에 대한 비평이 부재한 현실에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의 한 축을 그려갈 수 있다. 제주합창단,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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