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스케치]문화.외교전쟁의 장..물밑 외교전 치열

[현지 스케치]문화.외교전쟁의 장..물밑 외교전 치열
  • 입력 : 2007. 06.26(화)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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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리는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 중인 김태환 지사가 지난해 10월 제주후보지 실사에 나섰던 IUCN 폴 딩월 자문관과 만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대표단, 세계유산위원회 현지 도착 마지막 지지교섭

"등재권고 여세 몰아 역사적 쾌거 이룰 것" 다지기도

유산보전문제로 회의일정 늦어져 심의 지연 가능성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강시영기자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결정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2시30분쯤(한국시각 오전 11시 30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현지에 도착한 김태환 지사 등 제주 대표단과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정부 대표단에는 0도를 오르내리는 현지 날씨 만큼이나 등재에 대한 기대감 못지 않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성없는 문화전쟁의 장'이라고 불리는 세계유산위원회 제31차 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회의장 주변은 세계유산을 신청한 각국의 치열한 물밑 지지교섭·홍보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연유산 등재권고를 받은 중국도 취재진의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세계유산 보전문제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회의 일정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27일 오전으로 예정된 세계자연유산 심의 일정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27일 세계유산 등재 심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의 등재 여부도 이날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지사와 폴 딩월 자문관.



우리 대표단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권고' 의견을 얻어냈지만 등재권고 의견을 받은 나라가 당초 예상과 예년에 비해 많은데다 이미 등재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자연유산 보유국들까지 즐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태환 지사는 "우리는 하루하루 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속이 바싹 마르는 조바심을 가지고 어느 하루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을 해 왔다"며 "우리모두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도민과 함께 반드시 유산 등재를 이뤄 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지난해 10월 제주 실사 책임자인 IUCN의 폴딩월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유산적 가치가 높으며 IUCN도 등재권고 의견을 냈기 때문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심의에 오른 자연유산 등재 신청지역은 모두 11건에 이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남중국 카르스트 지형', 프랑스 '카르스트 작용에 의한 석회동굴',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맥', 마다가스카르 '아트시나나나 우림습지', 멕시코 '반코 친초로 생물권보존지역', 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 '카르파티아 산맥 너도밤나무 원시림', 스페인 '테이드 국립공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린스 에드워드 군도', 베트남 '바베 국립공원', 스위스 '융프라우 알레취 만년설' 등이다.

세계자연유산 신규 등재 중인 중국 취재진의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IUCN에 따르면 이 가운데 5개국이 IUCN으로부터 등재권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등재를 위한 신청국간 경합이 과거 어느 회의보다도 치열한 상황이다. 스위스는 추가 등재확장을 신청한 경우다.

더욱이 올해 자연유산 신청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경험으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제주의 최종 등재를 위한 관문은 여전히 두텁다는게 현지 분위기다.

이에따라 우리 대표단도 등재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26일 오후(현지시각) 현지에 도착한 우리 대표단은 세계유산위원회 등록을 마치자 마자 각 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지교섭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회의 개막에 맞춰 뉴질랜드로 날아 온 김숙 제주국제관계 자문대사도 주뉴질랜드 대사관과 함께 주요 위원국을 상대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지지를 굳히기 위한 외교활동을 전개중이다.

대표단은 이번 회의에 대비해 특별 제작한 홍보용 외국어 리플렛을 회의장에서 배부하는 한편 제주 관련 홍보책자와 자료집을 활용해 최종 등재를 위한 마지막 홍보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단은 IUCN의 등재 권고 여세를 몰아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쾌거를 이룰 것을 힘주어 다짐하고 있다.

이제 제주사에 길이 남을 운명의 시간은 몇시간 남지 않았다. 그 결정의 순간이 27일 오전(한국시각)으로 예정돼 있다.

26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가 중인 각국 대표들이 회의장 주변에 몰려 있다.



다음은 폴 딩월과 김숙 제주국제관계 자문대사와의 일문일답.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자연유산적 가치는 어떤가.

=제주화산체는 순상화산체로서 의미가 있다. 성산일출봉은 수중화산체로서 세계적으로 매우 뛰어나며 미적가치도 높다. 특히 용암동굴은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의 경우 동굴생성물이 세계유일하며 뛰어나다(폴 딩월)

▷등재 가능성은.

=IUCN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해 등재권고했다. 따라서 내일(27일)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폴 딩월)

▷회의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세계유산 보전에 대한 논의로 전체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일부 위험유산에 대한 안건은 투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7일 오전으로 예정된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심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후로 연기되더라도 27일 등재 여부는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김숙 대사)

▷의결권을 쥔 위원국의 지지교섭은 어떻게 되고 있나.

=주요국 대표들을 만나본 결과, 제주 신청지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별다른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조심스럽지만 (등재가) 낙관적이다. 27일 심의는 실무적이고 전문적 시각에서 검토될 것이다. 이와관련 IUCN은 제주유산의 가치에 대해 극찬했다.(김숙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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