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지정면세점에서 팔수 있는 상품의 품목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최근 기재부에 제주지역 지정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을 확대할 수 있게 대통령령으로 정한 '제주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규정(이하 특례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지만, 기재부는 특례규정을 고치는 것보단 조례를 제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례규정에 따라 현재 JDC와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지정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은 주류와 담배, 시계, 화장품, 향수, 핸드백(지갑, 벨트 포함), 선글라스, 과자류, 인삼류, 넥타이, 스카프, 신변장식용 액세서리, 문구류, 완구류, 라이터 등 15개로 제한돼 있다.
JDC는 국제자유도시 개발 재원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그동안 수차례 면세품목 확대와 면세 구매 한도 상향 등을 추진해왔다. 특례 규정이 2002년 9월 시행된 이래 면세 구매 한도는 지난 2006년과 2014년 두차례 상향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면세품목만큼은 16년 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면세품목을 확대하는 방법은 특례규정 자체를 개정하는 것과 제주도가 조례를 제정해 공포하는 방안 등 2가지가 있다.
특례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15가지 면세품목 말고도 '그 밖에 제주도 조례가 정하는 물품'을 지정면세점에서 팔 수 있게 물꼬를 열어두고 있다. 기재부가 조례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의견을 내놓은 것도 이 규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례 제정을 통한 면세품목 확대 방식은 고려하기 힘든 선택지다.
제주도는 지난 2011년 JDC의 요청에 따라 지정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품목을 늘리는 내용의 국제자유도시 지정면세점 면세물품 범위에 관한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무산됐었다. 당시 추가하려던 면세품목은 옷과 신발을 비롯해 모자, 장갑, 안경테, 전기면도기, 골프용품, 등산용품 등 모두 11가지였다.
의회가 이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은 이유는 지역상권의 타격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가 면세 품목을 확대하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일한 상품을 파는 지역 상인들이 도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때문에 정부가 아닌 제주도가 나서서 면세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부담이 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JDC로서 (면세품목 확대에 대한)공식 요청이 오지 않아 조례 제정 방식에 대해선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JDC 제주공항 지정면세점 매출은 5368억원으로 2016년(5305억원) 보다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제주관광공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77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8.4%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