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국제공항 내 제주공항 안내데스크 앞에서 이용객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한라일보]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연말·연초를 맞아 휴가를 계획하고 있던 도민과 관광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원인 중 하나로 항공기 결함(랜딩기어 이상)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공항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항공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여행에 대한 설렘 대신 불안이 자리했다.
승객들은 휴대전화로 새로운 뉴스를 확인하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전날 발생한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새해를 코앞에 두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빨리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안해서 어디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겠냐"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로 아내와 함께 김포로 가는 백민재(63)씨는 "사고 직후 해당 항공사를 이용하다 보니 아들로부터 조심해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일단 탑승수속을 마쳤는데 '배를 타고 갈까'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불안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지난 27일 제주에 왔다는 관광객 A씨는 "즐겁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불안하긴 했지만 제주에는 이동수단이 비행기뿐이니 어쩔 수 없었다. 집은 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비행기 탑승 자체에 공포감이 생겼다는 이들도 있었다. 관광객 B씨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항공사를 변경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지인들의 연락이 쏟아졌다"며 "연락을 들으니 불안감이 더욱 커져 이용기종을 알아봤다. 다행히 기종이 달라 항공사 변경은 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항공기 이용은 고민해볼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티웨이항공을 통해 대만으로 가는 강혜인, 홍아현(20)씨는 "제주도에 사는 만큼 1년에 최소 3번은 항공편을 이용한다"면서 "종종 난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혹시나 하는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번 사고로 앞으로의 비행기 이용이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승객들의 불안감은 실제 항공권 취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30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는 국내선 2만3000여건, 국제선 3만4000여건 등 총 6만8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국제공항 측은 항공기 사고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 관계자는 "제주공항의 경우 조류퇴치용 폭음경보기 10대, 엽총 24정을 보유하고 있다"며 "항공기 화재를 대비해 수성막포 소화약제도 최소 보유기준(3752ℓ)보다 많은 1만1400ℓ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전 9시3분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들어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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