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말문이 트이지 않았거나 아직 말이 서툰 영유아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행동 중에 하나가 누군가를 깨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인다면 결코 가볍게 대할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의 무는 행동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무는 아이의 사연을 통해 '가치 육아 - 이럴 땐'이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질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물었대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더 걱정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네.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니 걱정이 되시겠네요. 무는 행위는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영유아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행동이기도 한데요. 일단 누군가를 물었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는 행위, 심리적 요인도… "문 아이가 더 힘들어요"
어떤 아이는 자신이 친해지고 싶거나 좋아하는 아이에게 관심의 표현으로 물기도 합니다. 무는 것 자체가 습관이 돼 있는 경우도 있고요. 또 다르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종종 아이가 귀엽다며 깨무는 어른들이 있는데요. 별 이유 없이 무는 아이들의 경우엔 이런 행동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라며 아이가 입으로 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아이의 무는 행위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무는 행위로 나타나게 되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 물린 아이보다 문 아이가 사실 더 힘든 아이인 셈이죠.
아이의 무는 행위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물린 아이보다 문 아이가 사실 더 힘든 아이인 셈이죠.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친구 문 아이, 야단쳐선 안 돼… "안아주세요"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 사이에서 물고 물리는 일이 발생하다 보니 선생님들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오기도 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는 아이를 야단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에게 수치심, 창피함을 줄 수 있고 무는 행위를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린이집에서 한 아이가 친구에게 물려 울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이럴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우선 울고 있는 아이에게 가는 겁니다. 물린 아이의 상태를 살피며 약도 발라주고 달래 줘야 하겠지요. 그러고 난 다음엔 친구를 문 아이를 안아주라고 말씀드립니다. "물지 말라고 했잖아!"가 아닌, "어떻게 된 일이야. 많이 힘들었어?"라는 말과 함께 말이지요. 친구를 무는 것은 문 아이에게도 상당히 힘든 순간입니다. 그러니 "너도 힘들지"라며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고 다독여 주는 거지요.
친구를 문 아이를 안아줬다고 무는 행위가 더 심해지진 않습니다. 현장에선 오히려 이렇게 해 보니 아이의 무는 행위가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물었다는 얘기를 들은 부모는 먼저 집에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곤 따뜻하게 안아주며 힘든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래도 물면 안 돼"… 다른 방법 찾아보기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물었다는 얘기를 들은 부모는 먼저 집에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며 역시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독여 줘야 합니다. "물지 말라고 했잖아", "왜 자꾸 물어"라고 꾸짖지 말고 "가치(*아이 이름)가 힘들었구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말해 주는 거지요. 그러면서도 "그래도 친구를 무는 건 안 돼", "물면 친구가 아프대"라고 가르쳐 주고, 무는 것을 대신해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없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겁니다.
만약 친구가 자신의 물건을 가져간 상황에서 그 친구를 물었다면 물건을 돌려달라고 말하거나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해 보자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아이라면 무는 대신에 친구의 옷을 살짝 잡거나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고요. 이처럼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친구를 무는지 잘 살펴보고 무는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말을 할 때도 무는 행위를 강화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은 친구를 물면 안 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면 오히려 아이를 무는 행위에 집중하게 할 겁니다. 그러니 "오늘도 친구들과 잘 놀아보자"라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고, "이따 만나면 엄마아빠가 또 이렇게 안아줄게"라고 말해 주세요.
세상에 태어나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사실 문제가 아닙니다.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거지요. 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는 것은 안 되는 일이고, 무는 것 대신에 어떻게 하면 괜찮은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 (*2023년, 새해부터 '가치 육아 - 이럴 땐' 게재일이 기존 월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됐습니다. 한라일보 홈페이지(ihalla.com)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