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포맷 바이블(Format Bible)과 사유(思惟)

[홍정호의 문화광장] 포맷 바이블(Format Bible)과 사유(思惟)
  • 입력 : 2021. 09.07(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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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이 제주에는 적합지 않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이 사업의 원래 취지가 공연장 가동를 높이고 공연장의 인지도 향상과 지역민 문화향유기획를 확대하고자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함께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의 목적에 비춰 그 성과를 증명해내고 있는 공간이 바로 김정문화회관이다.

초심으로의 회기, 극적인 변화, 이면의 노력.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몇 년 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으로 공연장 상주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공연장은 김정문화회관이었다. 그때의 김정문화회관은 서귀포 예술의 전당 개관 이후 예술의 현장성과 기능을 잃어버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지난 토요일 공연장 상주단체 전문평가위원으로 김정문화회관을 다녀왔다. ‘토요일 토요일은 클래식 아트 페스티벌’이 2021 김정문화회괴관 기획공연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공연현장을 마주했다. 문화인프라의 가치와 역할을 충분하게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일반인이 포맷 바이블(Format Bible)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 결과물을 마주할 뿐이다. 미스트롯, 골목식당, 강철부대,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예능프로그램의 이면에 바로 포맷 바이블이 있다. 포맷 바이블은 방송용어이며,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 이상적인 편성 시간,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조는 물론,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프로그램 그래픽, 음악 등 모든 가이드라인과 프로그램 관련 요소가 정리돼 있는 제작 매뉴얼을 뜻한다. 한류의 수출이라고 하면 바로 이 포맷 바이블이 수출됐음을 뜻한다.

포맷 바이블에서 하지 말아야 될 항목도 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요소를 참고해 개발된 것이 확인될 경우 바이블제작과 해외 세일즈를 즉시 포기할 것을 권하고 있다. 표절 때문이다. 표절시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브랜드의 문제이며 다른사람의 창의성과 사유(思惟)를 훔치는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포맷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표절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주례사비평에 기준을 둬 제주체임버오케스트라와 김정문화회관을 말하고자 하기에도 그들의 진실한 노력을 설명하기가 부족하다. 양적인 팽장이 선행될 때 질적인 도약이 일어난다는 양질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행정과 기관 그리고 예술가가 함께 노력하고 있는 현장이다.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고,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포맷 바이블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구현해 내고 있었다.

더 이상 업데이트가 필요 없음은 사유의 멈춤과도 같다. 포맷 바이블의 특징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진다. 업데이트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태와 안일함에 젖어 정형화된 프로그램, 더 이상 업데이트 할 것이 없는, 생각이 정지된 예술은 있을 수 없다. 사유의 멈춤과 예술은 같이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과 의견을 들어 사유의 멈춤이 없기를 바란다고 조언하는 중요무형문화재 피리정악, 대취타 전수자 고보윤 선배의 말이 나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기를,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함 또한 잊지 않으리라. <홍정호 한국관악협회 제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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