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동네 서점 사용법’ 캠페인

[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동네 서점 사용법’ 캠페인
  • 입력 : 2021. 06.16(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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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여러 이야기를 해오면서 본 칼럼에 '서점에 올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란 글을 쓴 적이 있다. 각각의 서점마다 그 공간에 맞게 세워놓은 규칙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혹시라도 동네 서점을 가게 된다면 그 부분을 먼저 확인해서 이용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의 한 동네 서점이 만화가 수신지 작가님과 협업해 '동네 서점 사용법'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 서점 이용 시의 에티켓을 한눈에 보기 쉽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것인데, 이 내용은 어느 서점에서나 지켜져야 할 공통적인 주의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동네 서점 사용법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첫 번째, 도서 촬영을 금합니다.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에 동참해주세요. 두 번째, 모든 도서는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도서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히 다뤄주세요. 세 번째, 음료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보세요. 물에 취약한 책을 지켜주세요. 네 번째, 큰 가방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보세요. 분실 방지 및 편안한 서점 이용을 위해 동참해주세요.

언뜻 보면 당연한 것 같은 내용이지만 막상 서점을 운영해보면 저 네 가지 주의사항을 손님들에게 주지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디어마이블루는 그 중 특별히 사진 촬영에 대한 부분은 사람들이 들어오자마자 방문 체크를 하는 공간에 따로 적어두기도 했다. 서점 내 사진 촬영 자체가 금지된 건 아니지만 구입하지 않은 도서의 표지만 클로즈업하거나 본문 내용을 찍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한다는 내용이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4월 말에 출간된 내 책의 사인본 주문이 있어서 책에 사인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 한 분께서 직접 쓰신 책이냐고 관심을 보이며 책을 좀 살펴보겠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대놓고 한 꼭지의 내용을 통째로 사진으로 찍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바로 제재를 가했더니 "작가 본인 책인데도 안 되나요? 너무 좋은 내용이라서 블로그에 공유하려고 한 건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점에서 작가가 앞에 있는데 그 사람이 쓴 책을 구입도 안 하고 본문 페이지를 찍으면서 저렇게 말하는 건,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감독이 만든 영화를 그 사람 바로 앞에서 대놓고 불법 다운로드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일 것 같았다. 하지만 최대한 이해하실 수 있게 설명을 해드리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하자 "근데 대형 서점에선 왜 괜찮아요?"라고 다시 물으셨다.

당연히 대형 서점에서도 본문만 사진으로 찍는 일은 하면 안 된다. 그 분이 매번 책에서 필요한 부분들만 사진으로 찍고도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면, 대형 서점은 넓은 서점 내에서 일일이 그런 사람들을 찾아 제재를 가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뿐이지 그 행동이 괜찮아서가 절대로 아니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동네 서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캠페인이 가능해진 건 분명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부분들을 정작 작은 동네 서점들이 나서서 알려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동네 서점 사용법'이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사실은 모든 서점에서 지켜져야 할 일이다. <권희진 디어마이블루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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