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의 한라칼럼] 고사리 꺾기

[강상주의 한라칼럼] 고사리 꺾기
  • 입력 : 2021. 04.06(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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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다가 꽃샘추위인지 아침 저녁으로 두터운 옷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대한민국의 4월은 다 아름다워져서 제주도를 특별히 자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제주에는 청정고사리가 있다. 제주고사리는 오염이 덜 되고 한라산까지 올라가며 자라기에 그 생명력이 길다. 그래서 많은 제주인들 가슴 속엔 고사리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고사리를 주제로 '축제'로 만들었던 것에 관해 떠올려 본다.

오래 전 서울에서 근무할 때, 어머니가 동네 친구 분들과 고사리 꺾으러 1박2일 봉고차를 빌려 충청도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었다. 아니 서울 사람들도 고사리 꺾으러 충청도까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 후 제주도청에 근무할 때 주말에 서귀포로 넘어 가는데, 봄철에는 중산간 도로변 곳곳에 많은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어 늘 궁금했었다, 그 후 남제주군수 시절 당시 부군수님이 명절, 제사에 올릴 고사리를 꺾으러 온 차량행렬이라고 하여 그 의문이 풀렸다. 자신도 몇 번은 사모님과 고사리를 꺾으러 간다고 했다. 아하 그렇구나. 우리 할머니도 봄철만 되면 고사리 꺾으러 자주 가셨는데 이해가 됐다.

1994년 말 1995년도 새해업무계획을 각 과로부터 받는데, 관광과 95년업무보고 할 때 '고사리 꺾기 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그런데 며칠 후 관광과장님이 오시더니 '고사리 꺾기 대회 4대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즉 고사리 단일 품목만으로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족하고, 또 4월은 고사리 장마가 끼어 날짜 잡기가 어렵다는 것 등등이었다. 그래서 차분히 설명했다. 원래 제주여행계획이 없었는데 '고사리축제'를 하니까 제주를 방문해야 되겠다고 새로 계획을 잡는 사람이 100명만 넘어도 성공이라며 직원들을 잘 설득해보라고 재차 지시를 했다. 그리고 관광과에서 이 업무를 하기가 어렵다면 여성과장이 있는 다른 과에 맡기겠다고 했더니 채 5분도 안 돼 관광과에서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몇 가지 추가 당부를 했다. 육지 여행사에 최소 3개월 전에는 고사리축제에 대한 안내장과 팸플릿 등을 보내라. 이는 각종 신문 등의 광고란은 3개월 전에 광고글자조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참여 여행사에 축제 참석자 명단을 필히 받을 것 등이었다. 그 후 관광과 전 직원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축제 한 달 전에 참가 예상자가 거의 5000여 명이나 됐다. 또 모 호텔 총지배인은 자기네 숙박예정자 40%가 고사리축제 참가자라며 관청에서 주관하는 축제니 숙박비 만원이라도 싸게 해달라고 했단다. 또 항공사도 축제 덕분에 특별기 수십 편이 이미 편성됐다며 매우 고맙다고 했다. 아울러 여러 곳에서 협찬금과 상품권 및 상품 등이 답지했다. 총예산이 1500만원이었는데 거의 충당될 정도였다. 축제 10일 전부터 산림감시원을 배치하여 입산 통제를 하고 신호 사이렌은 소방차에서 울리게 했다. 축제는 평화로 변인 '왕이메오름'에서 개최했는데, 대형 관광버스 100여대가 캐슬렉스골프장 입구에 가득 차 제1회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그리고 전국 홍보도 중요한데, KBS 3개팀과 MBC와 SBS 등 방송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취재차 왔었다. 축제가 끝나고 수십 명에게 제주의 자존심 고사리를 살려주어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었고 서귀포의 대표 축제가 됐다.

코로나 때문에 금년 '고사리축제'도 개최될지는 몰라도 건강을 위해서 산과 들로 고사리를 꺾으러 가면 좋겠다. <강상주 전 서귀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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