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의 한라시론]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김용성의 한라시론]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 입력 : 2021. 04.01(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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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아, 학원 안 다니는 아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교육은 일반화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원의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의 효과는 초등 저학년 때 가장 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이 되면 사실상 사라진다.

교과서엔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중요 내용이 압축돼 있다. 문제는 교과서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에 있다. 교과서를 펼치면 머리가 아프고 읽어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는 실질적인 학습량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공부다 보니 계속할수록 힘만 더 들고 공부에 대한 염증이 커진다. 그 보상 심리로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경우도 흔하다.

'설명 듣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책 읽으라 하면 학습만화 읽고, 쉴 땐 스마트폰 하는게 아이들 현실이다. '깊이 읽고 이해하는 학습'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은 실종된 채, '양적인' 사교육만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좋은 학원 다니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교과서를 깊이 있게 읽을 줄 아는' 아이다. 책으로 공부 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공부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아이가 교과서를 읽고 내용을 충실하게 더 잘 이해한다.

좋은 요리 시범을 자주 보고, 뛰어난 레시피를 얻는다고 요리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요리를 자주 해보고 무엇보다 '요리 맛'을 알고 스스로 빠져들어 요리하는 사람이 요리는 더 잘한다. 공부도 같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 맛'을 알아야 하고, '스스로 교과서를 읽어내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릴 때부터 '책을 제대로 읽는' 습관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건 독서가 고통이 아닌 즐거운 경험이 돼야 한다. 책은 아이가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만화만 아니라면 흥미있는 이야기책을 스스로 골라 읽도록 한다. 자기보다 수준 높은 책은 읽기에 급급하게 돼 싫증을 금방 느끼게 된다.

한 달에 몇 권 읽었다는 '양적인' 결과 중심 독서보다 책 한 권을 '느리게 읽더라도 깊게'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읽는 속도'에 연연해선 안 된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고, 이해하면서 읽고, 다 읽고 나서 주요 흐름과 내용을 자연스럽게 꺼낼 줄 아는 독서를 꾸준히 한다면, 이러한 아이는 교과서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다. 책 읽기에 흥미가 없고, 정독 경험도 없고, 언어능력도 낮은데 아이를 학원으로만 돌리는 건 누가 봐도 진이 빠지는 일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의 언어 수준도 올라간다. 이에 맞춰 아이의 언어능력도 올라가야 공부를 잘하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초등 저학년 때부터 유명한 학원을 찾아다니기 전에 '교과서를 탄탄하게 읽어낼 수 있는' 독서 실력을 꾸준히 쌓도록 해야 한다. 이게 공부 비법이다.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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