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요즘 사는 세상에 노자(老子)를 보니

[양상철의 목요담론] 요즘 사는 세상에 노자(老子)를 보니
  • 입력 : 2021. 03.11(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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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사람 간에 소통은 막히고 세상은 더욱 쓸쓸해졌다. 좋은 소식만 있으면 좋으련만 미디어는 온통 다툼과 부조리로 도배돼 일상이 황폐하다.

요즘 같은 시국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이하게 된다. 아니면 산이나 오름을 올라 힐링(healing)의 시간을 갖거나, 시원한 바닷가를 거닐며 답답한 기분을 해소하기도 한다. 제주는 산과 바다와 바람이 어우러진 곳이다. 나는 무언가를 탐구하거나 결심하고자 할 때 바다를 찾는 습관이 있다. 바다는 일상에 찌든 나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다. 노자의 ‘도덕경’을 책상머리에 두고 며칠을 보내다 바다로 나왔다. 경치 좋은 해안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져 보라. 누구든 생기를 되찾아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는 춘추시대의 사상가며 도가의 창시자다. ‘도덕경’에는 무위(無爲)의 다스림과 무위의 처세훈을 담고 있다. 온통 혼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나라에 화합과 평안을 위한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지배층의 무절제한 낭비를 비판하고, 추상적 도덕주의와 형식적인 예의에 바탕을 둔 사회적 행동주의를 경멸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강자가 힘의 논리로 성과를 독식하며 생존한다. 악과 불의가 늘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을 독점하고, 무한한 탐욕과 경쟁 심리는 소박한 인간성을 상실시킨다. 근대 서구사상은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개발에 초점을 맞춰져 왔다. 지나친 문명의 발달로 귀중한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 바다를 메우고, 산을 깎고, 농토를 밀어 도시를 세우는 일련의 과정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낮게 흐르는 물과 같이 겸손하고 다투지 말며 무위하라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공생의 가치'를 찾기 위해 자연에 순응하라고 알려준다. 자연을 파괴하면 인간도 파괴되기 때문이다.

3일전'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양성 평등 사회의 실현을 다짐했다. 한편 대한민국 제1 도시 서울과 제2 도시 부산시장의 여성 성추행으로 4월 7일 보궐선거를 치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선심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이 되살아나고 신공항 건립을 보증하는 특별법까지 마련되고 있다. 촉이 좋은 자들이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예측해 투기하고, 뒤질 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땅을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이용하고, 가진 자들이 못가진 자들의 이익을 강탈하는 세상이다.

노자 도덕경 77장에 "하늘의 도(道)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으니, 높은 것은 낮추고 낮은 것은 높인다.(중략) 반면에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부족한 자의 것을 덜어 넉넉한 자에게 바친다"고 했다. 노자는 강자를 비판하면서 어린아이 여성 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노자도 요즈음 넉넉한 자의 찬란한 염치와 어이없는 속임 수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을 것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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