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도시숲 내 아파트 건설 중단해야 하는 이유

[이영웅의 한라시론] 도시숲 내 아파트 건설 중단해야 하는 이유
  • 입력 : 2021. 02.04(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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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시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의 행정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공원부지의 30% 범위 이내에서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개발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체납하는 방식이다.

한라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오등봉공원과 거로사거리 북서쪽 방향의 중부공원이 그 대상이다. 여러 도시공원 중 유독 제주시내와 가장 가까운 도시공원이 민간특례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개발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역으로 접근성이 좋은 시민들의 도시숲 휴식공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의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제주시는 지난해 말 민간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인데 사실상 인·허가 절차에 앞서 개발사업 승인을 해 준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인권자인 제주시는 민간사업자와 함께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이고, 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계획수립권자이기도 하다. 사업시행자이면서 동시에 승인기관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행정절차는 제주시 마음대로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사업시행자의 요청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 작성과 주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는 생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전 개발사업 승인을 내려는 제주시의 성급함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과정에 발생할 환경영향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제시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식물상 분야와 대기질, 토양, 소음·진동 분야의 춘계·하계조사도 사업시행자의 요구에 따라 생략하도록 했다. 환경영향평가협의위원들은 환경영향평가 항목선정에서 위 분야를 모두 중점평가항목으로 선정했으면서도 봄철, 여름철 조사를 생략하도록 하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이에 앞선 절차였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사업부지 내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실태 조사를 요구했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마철을 포함한 여름철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제주시는 환경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장조사가 아닌 문헌조사를 통해 이를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시가 주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필수적인 환경 현황조사도 제외해 사업 절차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 이런 결과로 가장 수혜를 볼 대상은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사업자이다. 그리고 가장 피해를 보는 대상은 도시숲의 이용자인 제주시민이고, 해당 부지의 토지주들이다. 오름과 하천이 이어진 생태계와 자연경관의 훼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제주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시민들의 권리와 도시숲 보전은 외면한 채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특혜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하나 마나 한 형식적인 인·허가 절차로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제주도가 맞장구치고, 제주시는 셀프 승인을 할 테지만 이미 정당성과 신뢰를 잃은 제주시의 결정을 시민들이 인정할 리가 없다.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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