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100주년 제주도시계획과 콤팩트시티

[김태일의 월요논단] 100주년 제주도시계획과 콤팩트시티
  • 입력 : 2021. 02.01(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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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후 도시화.근대화 과정 속에 제주시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3월 내무부 고시 제26호로 최초로 도시계획을 결정, 고시하게 된다. 제주 최초 도시계획이 수립돼 체계적인 도시관리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올해가 제주도시계획사 70주년이다. 1952년 수립된 제주시 시가지계획은 보면 기존도로 폭의 확대, 신규도로의 개설, 그리고 사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도로망 구축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시가지계획은 착실히 추진돼 지금의 도로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도로망 구축과 거주지의 신규조성을 통한 외연적 확산은 일정부분 도시의 성장 틀을 마련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나 제주읍성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원도심 공간구조와 역사문화자원들이 훼손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남문사거리와 중앙사거리 조성과 이를 연결하는 직선화된 도로, 동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도로폭 확대 등 옛길의 공간구조와 질서가 크게 변형됐고 거주지 확산으로 남아 있었던 성곽도 철거되거나 훼손됐다.

1853년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시작된 오스만 남작의 파리도시구조개혁은 오늘날 파리의 근간이 됐다. 오스만은 도시를 유기체적인 관계로 보고 도로체계, 녹지, 미관, 도시행정 등 도시건설과 운영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근대화된 도시 파리를 재탄생시킬 수 있었던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교롭게 서울과 부산 시장의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이 도시관련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의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우리의 삶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 한 몸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많은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러한 관계와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 후보자 공약의 핵심은 도시와 주거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시대적 문제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고 도시와 주거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콤팩트시티에 대한 언급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도시계획이 확대발전 지향적이었다면 이제는 축소 고밀화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MIT 산업공학 전공학자들이 주장한 가상도시의 개념이 이제 현실도시에서 실현돼가고 있는 셈이다. 콤팩트시티가 지향하는 목표는 도심내 집약개발을 통한 외연적 확산을 억제해 편리성, 접근성, 환경성을 확보하면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속성을 갖는 것이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역기능의 쇠퇴 속에 코로나 확산은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1, 2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소비력과 노동력의 저하, 개인화와 비대면화같은 삶의 방식이 크게 변화되고 도시의 공간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독립적 고립적 삶의 보편화, 네트워크적인 인관관계와 같은 콤팩트한 삶이 수용될 수 있는 지역사회는 어떠한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1853년 오스만 남작의 파리도시구조개혁처럼 100주년 제주도시계획의 완성을 위해 주거문제, 직주근접(職住近接)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녹지문제, 교통문제를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새롭게 도시공간구조를 정비해 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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