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작은 소리가 잘 들린다

[유동형의 한라시론] 작은 소리가 잘 들린다
  • 입력 : 2020. 11.05(목)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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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들어오는 신입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신입이 새로운 조직이나 일터에 가서 일을 배울 때, 선배격인 사수는 많이 답답하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자기도 그런 과정을 거쳤지만, 하는 것이 답답하니까 자연스럽게 큰 소리가 나온다.

올해 오랜 기간 장마로 인해서 집 옥상에 누수가 생겼다. 아랫층인 2층이 물난리가 났다. 천장까지 다 뜯어내고 방수까지 하느냐고 돈 좀 들었다. 마지막에 도배공이 오셔서 도배를 해 주시는데 혼자 오셨다. 왜 혼자 다니느냐고 물어보니, 사람 구하기가 힘들단다. 젊은 사람이 배우려고 왔다가 1달도 못 버티고 때려치운단다. 그래서 45세인데도 이 분야에서 막내라고 했다. 이 분의 말을 듣자면 이 분야에 들어온 신입들이 잘못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신입들도 할 말이 있다. 제일 크게 기분 상해하는 것이 인격적인 무시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좀 불합리한 대우나, 고생을 해도 참고 견디었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조금 적게 벌어도 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해 일 못지않게 삶의 질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비인격적이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게 되면 당장 그만둔다.

형틀목수 양성공인 한 신입의 예를 통해서 이들을 교육하는 한가지 팁을 제안한다. 이 분야에 처음인 그도 첫날부터 어리버리하고, 서투르고, 멍때리는 행동을 하니까 선배들의 호통소리가 날라왔다. 이전에 플랜트건설 분야에 일한 경험이 있지만, 아파트 건설현장의 분위기는 또 사뭇 달랐다. 배관 관련 일한 경험이 있지만, 목수 일은 일을 풀어가는 방식이라든가 조직문화가 많이 달랐다. 상황파악도 안되어서 허둥되니까 '야! 뭐하냐!' 선배들의 호통소리가 났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매일 이런 호통소리를 듣다 보니, 일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었다. 매일 매일 출근하는 것이 고통이었다. 큰 소리 내는 선배들을 피해다니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한 선배가 조용히 뒤에서 챙겨주었다. 몇 시간 동안, 아니면 반나절 동안 지켜보다가 일하는데 부족한 부분이나, 일하는 노하우에 대한 팁을 하나씩 얘기해줬다. 나지막이 조용히 얘기해 주는데도, 큰 소리로 혼내면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훨씬 귀에 쏙쏙 들어왔다. 큰 소리로 화내면서 알려주는 것들은 단지 웅웅거리는 소음처럼 들리고, 얼른 이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반면에 작은 소리로 조용히 알려주는 조언들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큰 소리로 화 내는 무서운 선배들 앞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여서, 긴장해서 더 실수를 하게 되었다. 반면에 조용히 얘기해주는 선배들의 조언은 마음도 편하고, 고민하던 문제들의 답이니까,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다. 지난 1달, 6개월, 1년을 돌이켜보면, 작게 조용, 조용히 알려주는 선배들 조언이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후배들, 신입들을 가르칠 때 큰 소리로 화내면서 말하지 말고, 조용히 차분히 가르쳐 주자. 사랑이 담긴 작은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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