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병률 전국 1위… 인프라·전문인력 ‘밑바닥’
오늘 ‘치매극복의 날’... 갈길 먼 국가책임제
입력 : 2017. 09.21(목) 00:00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70대 A씨는 요즘 부쩍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마음의 병'이 먼저 들었다. 그의 자녀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논의 끝에 전문의와 상담하기로 하고 제주대병원에 있는 광역치매센터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기억력 감퇴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령으로 자연스런 현상일뿐 치매는 아니란다. 전문의는 예방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 상담을 권했다. A씨는 요즘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하고 있으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위해 치매 예방 관리에 적극적이다. 치매예방의 한 사례다.
2016년 문을 연 이래 제주도 광역치매센터는 치매예방과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A씨의 사례처럼 진단, 상담활동도 활발하다. 치매 조기 검진과 발견, 치료의 중요성도 알리고 있다. 특히 치매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며,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비약물치료의 하나인 인지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0일부터 한라일보 지면에 연재를 시작한 '치매예방 주간 학습지 뇌똑똑!'을 개발한 것도 두뇌를 자극해 치매예방 활동을 하자는 취지다.
도내 환자 1만800여명 추정 비용부담 연간 2200억 규모 환자·가족들 고통부담 가중 국가책임제 치매정책 전환
▶전국 최고 유병률=오늘(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극복의 날'은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국가에서 치매관리법으로 지정한 날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화되면서 치매 예방과 극복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도내 치매 환자는 1만800여명(유병률 12.13%)으로 추산된다. 제주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치매 유병률이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76.8%로 압도적이다. 연령별로는 65~69세 5.1%, 70~74세 5.4%, 75~79세 16.9%, 80~84세 23.4%, 85세 이상 49.2%를 차지한다. 10년 후인 오는 2027년엔 치매 유병률이 12.6%(추정환자 약 1만8000명)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매환자는 아니지만 현재 경도 인지저하 증상을 보이는 노인은 2만3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제주도내 치매 환자에 드는 연간 총비용은 진료비, 치매관리비 등 2200억원 규모에 이르며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국가책임제 갈길 멀다=문재인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직접 만들고 제안한 대표적인 공약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 내용으로는 ▷지역사회 치매안심센터 확대 설치 ▷치매안심요양병원 건립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치매환자 등의 사회복귀를 위한 그룹 홈, 단기 주·야간 시설 등 확충 ▷치매환자 돌봄을 위한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인력확충 ▷장기요양 치매수급자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치매는 조기진단과 예방을 통한 치매 관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를 실행할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양성을 통한 전문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치매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 조절하여 발병률을 낮추고 조기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 인지재활, 관리 등 적절한 개입으로 치매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올해말부터 도내 6개 보건소 치매상담센터의 기능을 보완한 치매안심센터를 비롯해 치매안심병원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치매안심센터는 보건소를 리모델링, 신·증축을 통해 별도 공간을 확보한다. 기존에 보건소에서 해오던 조기검진, 예방, 관리를 뛰어 넘어 일반인, 치매 환자, 치매 가족 등 모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합 치매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주목된다.
치매안심병원은 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심리행동증상(BPSD)이 심한 치매환자의 단기 집중치료를 위한 요양병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제주지역 치매안심병원은 신축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불투명한 실정이다. 치매유병률 전국 1위, 열악한 인프라에도 제주는 여전히 치매예방관리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프라는 물론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준혁 제주도 광역치매센터장은 국가치매책임제 보완과제로 치매안심센터의 전문성, 효율적인 재정배분, 지역사회 기반서비스 제공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