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어 앞둬 두동강 난 '만선의 꿈'

출어 앞둬 두동강 난 '만선의 꿈'
[르포 / 태풍 볼라벤, 추자도 어민의 삶도 앗아갔다]
  • 입력 : 2012. 09.03(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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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신양항에 정박했던 어선들이 태풍 볼라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당했다. 본격 출어기를 앞둬 피해를 당한 어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사진=김명선기자

신양항 어선 10여척 부서지며 전쟁터 방불
선체보험 가입않아 생계 막막… 지원 절실

"어장이 형성돼 출어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얼해서 먹고 살라는 건지 하늘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추자도를 강타하면서 신양항에 정박한 어선 12척과 낚시어선 1척 등 총 13척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신양항 확장 공사를 위해 투입됐던 바지선 1척도 좌초됐다.

지난 1일 취재진이 신양항 현장을 찾을 때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어선들은 두동강이 나 있었고, 반파됐다고는 하나 어선의 기능을 상실한 배도 상당수였다. 이번에 태풍 피해를 당한 어선들은 대부분 채낚기 어선들로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성어기를 맞아 출어를 앞두고 있던 선박이었다.

태풍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순종(61) 대복호 선장은 "살아 생전에 추자도에서 이런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사라호 태풍을 겪었던 70~80대 어르신들도 '이번 태풍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이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조업을 나가야 한해를 먹고 사는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모씨의 어선도 완파가 되었는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이리저리 빚을 내어 두달전에 구입한 배가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삶의 의욕까지 상실한 상태이다. 다른 어선 선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추자도수협과 추자면주민자치위원회, 추자도내 자생단체가 이번에 태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어민들 돕기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박에 대한 선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막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기관의 철저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해 보였다.

한편 태풍으로 인해 신양항 동서 방파제 약 40m가 파손되면서 4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더욱이 파도를 막기 위해 설치된 일명 삼발이가 유실, 선박 입출항의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화물을 실어나르는 여객선이 10일째 운행하지 못해 생필품과 삼다수 등이 끊겨 추자주민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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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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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볼라벤 2012.09.03 (19:09:56)삭제
출어를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만선의 꿈을 품고 있었을 어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저 역시 마음이 무겁습니다. 종이처럼 구겨진 선체를 보니 상황의 심각성이 더 와닿네요.. 모두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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