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천만~1천500만년 전 남극 대륙 해안지대의 여름철 온도는 지금보다 11℃나 높았고 강수량도 지금보다 몇 배나 많아 키 작은 나무를 비롯, 상당량의 식물이 자랐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과 미항공우주국(NASA) 등의 과학자들은 남극 로스빙붕 밑에서 채취한 퇴적물 코어 속의 고대 식물 잎 체표지질(왁스) 표본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고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극대륙 주변의 퇴적물 코어 속에서 다량의 꽃가루와 조류(藻類)가 발견됨에 따라 마이오세(중신세) 중기의 고위도대 기온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높았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퇴적물 분석 결과 이 지역의 여름철 기온이 최고 7℃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극대륙의 식물화석은 극도로 희귀하다. 육지를 덮고 있는 거대한 빙상의 이동시 마찰에 의해 갈려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난도의 국제적인 협력 작업이 있어야 채취할 수 있긴 하지만 빙상의 이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해양 퇴적물은 과거의 식생을 추적할 수 있는 이상적인표본이 되고 있다.
빙핵 표본을 통해서는 고작 100만년 전 기후를 추적할 수 있는데 반해 퇴적물 코어 속 식물 잎의 왁스 성분에는 식물이 살아 있을 때 흡수한 물의 수소 동위원소 비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의 기후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연구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이정은 박사는 NASA의 기후관측 위성 아우라(Aura)가 채집한 대기중 수증기 속의 수소 동위원소 자료 분석을 위해 개발한 모델을 이용해 과거 이 지역의 기후가 지금보다 얼마나 따뜻했고 강수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설계했다.
이박사는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양극 쪽에서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다. 남반구고위도대의 온난화로 강우대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남극대륙의 가장자리는 사막이라기보다는 오늘날의 아이슬란드 비슷한 곳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극대륙의 식물들이 절정을 이룬 시기는 1천640만~1천570만년 전 사이로 세발가락 달린 말과 사슴, 낙타, 다양한 유인원 등 오늘날의 동물들과 비슷한 동물들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마이오세 중기의 온난화는 400~600ppm이나 되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2012년 현재 지구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93ppm으로 지난 수백만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금세기 말까지 마이오세 중기 수준에 이를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시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는 증거는 식물 표본과 지구화학적 표본 등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이 시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는지는 짚어내지 못하지만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온난화의 증거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데 주목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