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연안도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산란지나 서식지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연안어업의 어획자원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위로부터 제주연안의 거품돌산호(용수), 제주연안 갯녹음 발생 해역, 인공어초에 서식하고 있는 분홍멍게, 성산해역에 밀려온 파래. /사진=제주수산연구소 제공
연안 생태계 심각성 조명안돼
본보, 제주수산硏과 집중진단
○…온난화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는 해양에서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지구상의 해양은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중 80%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해양이다. 그러나 해양환경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육상에 비해 그 심각성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체감 정도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본보는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와 공동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제주연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해양환경 변화가 제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등에 집중 조명하기로 했다.…○
#용머리 해안의 비밀
최근 제주의 관광명소의 하나인 안덕면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상징적 장소로 부각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용머리해안이 바닷물에 자주 잠겨 만조시 관람이 통제되자 조만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산책로 높임공사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머리해안은 1백80만년 전 수중폭발에 의해 높이 20m이상의 응회암층과 현무암력으로 이루어져 웅장함과 신비함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절경을 뽐내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자주 바닷물에 잠겨 관람객들이 관람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관심은 용머리해안이 자주 바닷물에 잠기는 원인이다. 서귀포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제주도가 한반도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근거가 국립해양조사원의 전국 주요 항만별 해수면 상승률에 대한 관측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연평균(1960~2006년) 해수면 상승폭은 0.56㎝다. 지난 40여년간 제주연안 해수면이 무려 22㎝ 가량 상승했다는 것으로, 실로 충격적인 보고다. 제주항이 0.50㎝, 서귀포는 매년 0.60㎝씩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전국 최고 수치다. 서해안의 0.1㎝, 남해안 0.34㎝, 동해안 0.14㎝ 보다도 훨씬 높다. 용머리 해안이 바닷물에 잠기는 현상은 바로 이같은 관측자료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논란도 제기된다. 제주연안의 해수면 상승현상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한가지 원인이 아닌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관측자료가 미비해 아직 제주연안에서의 침수현상이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용머리 해안에 인접한 안덕면 화순항에 방파제가 축조되면서 조류의 변화로 생긴 너울, 해안이 침하, 침강하는 모든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용머리 해안의 침수 현상은 우리나라, 특히 제주연안이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공동기획:ICLEI한국사무소]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전문위원리포트]기후온난화, 제주연안 영향과 대책
수산자원 변동·감소 등 수산업 쇠퇴 대비책 필요
미래성장산업 양식업 개발 등 육성방안 강구할 때
마라~추자 해양환경 모니터링 벨트화 구축해야
과연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영향권에서 어떠한 상태에 위치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기상관측자료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측정해 온 정선관측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1968~2004년까지 대기는 약 1.3℃, 해수 표층수온은 약 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반도의 온난화는 지난 50년간 세계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약 2.0배 빠른 것이다.
수온상승이 한반도 연안 해양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제주도 부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리돔이 남해안은 물론 독도부근이나 영덕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종이 되었으며, 제주도 연안에서 해조류 군락을 이루던 감태(Eklonia cava)의 경우 동해 왕돌초 및 삼척연안에서 집단 서식군락이 확인되고 있고, 아열대 부근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알려진 초대형 노랑가오리가 수십~수백미가 어획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한 최근 몇 년사이 전국 연안에서 다량으로 출현하였던 대형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나 아열대해역의 해수욕장에서 경계생물이었던 작은부레관해파리의 빈발한 출현 등도 현재의 기후 온난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이다.
#수온 상승으로 어장변화
제주도 역시 지구적인 기후온난화의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제주 주변의 수온은 지난 세기 동안 꾸준한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20년간(1985~2004)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0.5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연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중에서 과거 연안해역에 밀생하였던 모자반을 비롯한 해조류의 감소와 이로 인한 공간을 산호조류와 같은 석회성 조류가 차지함으로써 다양한 해양생물의 산란지나 서식지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연안어업의 어획자원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열대 혹은 아열대해역에 서식하던 저서동물의 급격한 증가, 다랑어와 같은 열대 대형어류의 출현 등을 들 수 있다.
제주해역에서 수온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는 수산자원생물의 변화 및 예측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업 분야의 미칠 영향을 예측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즉, 생태계의 지리적 이동, 산란지역의 변동, 수산자원의 산란패턴 및 이동 경로 변화, 새로운 어족자원의 분포가 기존과 달라지는 어장의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소규모 어업인 및 특정 어종에 의존성이 높은 어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불균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대책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과연 기후온난화와 관련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부족하지만 우선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과제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기후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제주특별자치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와 협조하에 제주에서만이라도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과제의 발굴이다. 육상에서는 이산화탄소 발생요인의 발굴 및 저감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해양에서는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으로서 중요한 미세조류나 해조류의 활용, 해상 풍력발전 또는 파력발전의 도입 등에 대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앞에서 FAO의 예측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산자원의 변동 및 감소 등으로 인한 지역 수산업의 쇠퇴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생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및 육성대책이 필요하며 향후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가치가 있는 양식업의 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기후온난화에 따른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은 연안어업에 대한 대책은 절실한데 기존의 1차 산업구조에서 2차 또는 3차 산업으로 개편할 수 있는 해양수산정책의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예는 아열대해역에 위치한 국가들에서 시행하고 해양수산업의 관광화에 대한 벤치마킹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는 기후온난화에 따른 해양생태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가깝게는 이어도에서 추자도를 이어주는 해양환경 모니터링의 벨트화가 필요하며 멀게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권에 위치한 국가들과의 공동연구 또는 협조를 통하여 제주 연안에 영향을 줄 수온상승의 결과를 예측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상의 해양은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기중 80%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할 만큼 많은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 결국 해양에 대하여 이해하고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만이 미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성환/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