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93)독주회-신용목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4. 11.26. 02:00:00
[한라일보]

기념일이었다, 아름다운 공연을 보았지 생일은 언젠가 죽을 거라는 약속을 묻어놓은 하루

음악은 왜 사적지를 갖지 못할까

지킬 수 있는데, 파헤쳐진 몸은 내 것이어도 나만의 것은 아니어서 박수를 치면서도 울게 된다

바보같지만,

아름다운 공연을 보았지 우리는 각자의 몸을 무대로 내어 주고

사랑이 등장하길 기다리고 이별이 퇴장하길 기다리다

국숫집으로 향한다

바보 같아서, 다 식은 몸을 청춘의 젓가락으로 헤집는다 작년의 허기를 올해도 채운다

바보 같아도, 멈출 수 없어서



*「독주회」 부분

삽화=배수연



모든 몸을 내 몸으로 느낄 순 없지만, 내 것이어도 몸이 나만의 것이 아닌 이유는 파헤쳐진 몸을 너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란 처음부터 삶의 볼모와 같아 사랑도 이별도 몸을 잡히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공연이란 매우 그렇게, 무대 위에서만 성립된다. 현실에선 불행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사랑이 잠시 빌린 듯 허기를 채울 수 없는 또 다른 독주를 낳을 때 삶은 또 마냥 요령 없이 국숫집으로 향한다. 그런 인간의 생일이란 피아노 반주를 들으러 가서 연락이 끊긴 사람들이 떠오르는 외로운 기념일이며, 바보 같아서, "다 식은 몸"이란 심장일 텐데 청춘의 젓가락으로 그곳을 헤집는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하냥 멈출 수 없다. 탄생의 짝은 죽음이기에 끝끝내 몸을 다 써야만 한다는 약속이 있다. <시인>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