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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4 제주愛빠지다] (4)사진 찍고 케이크 만드는 김승범·김윤수씨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4. 07.17. 01:30:00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김승범·김윤수씨 부부는 힐링이 되는 제주에서 가족이 잘 정착해 살고 싶다고 했다.

초반 우여곡절 끝에 만난 따뜻한 이웃에 용기 얻어
제주바다 사진전 열고 플라워케이크 주문 제작 중

[한라일보] 제주살이 3년째로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김승범(55)·김윤수(51)씨 부부.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친화적인 곳으로 이주할 생각을 하곤 했다는 부부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터 잡은 곳이 제주다.

승범씨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윤수씨는 피아노 개인과외를 하면서 줄곧 서울에서 살았던 부부의 제주살이 초반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생 2막의 출발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계획했던 일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한순간에 틀어졌던 일은 여전히 '쓰린 기억'이다.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만난 제주 사람들에게서 다시 용기를 얻었다는 부부다.

제주살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온 게 아니라 '생계형 이주민'이라고 말하는 윤수씨는 대정읍 모슬포의 한 식당에서 1년을 일했다. 제주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오히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는 그는 "60~70대 여성들이 불평없이 일할만큼 생활력이 강하시더라. 뭔들 하려고만 하면 제주에서 밥먹고 살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고 했다.

이해가 어려웠던 제주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제주사람들이 불친절한 게 아니라 정 많은 이들임을 알아갔고, 식당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좋은 이웃이 됐다. 살 집을 구한다는 얘기에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직접 적당한 곳을 알아봐 주고, 방어철이면 잡아온 싱싱한 방어를, 직접 재배한 채소도 집 울타리 너머로 건네주시곤 한다는 이웃들이다.

승범씨는 제주 생활 3년 동안 틈틈이 남서쪽 바다 풍경을 사진에 담아냈다. 올해 3월엔 고구마 전분 공장을 개조해 만든 감저 카페 갤러리에서 개인전 '바다, 그 순간'을 열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제주바다에서 치유받곤 했다"는 승범씨는 전시를 통해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펼쳐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현재 사진 에세이집과 8월 서귀포에서 열 단체전시회 준비에 한창이다.

윤수씨는 3개월 전 한경면 해안도로에 케이크 공방을 마련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플라워케이크에 관심이 많아 서울에서 제과과정을 배웠다는 그는 플라워케이크를 주문받아 제작한다. 석달 동안의 성과 치곤 나쁘지 않다는 그에게선 인터뷰 내내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승범씨는 앞으로 드론 자격증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많이 배운다는 부부에게 제주는 가만히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가끔 서울에 가더라도 볼일만 마치면 바로 제주로 발길을 재촉할 정도로 제주가 편안해졌다.

한창 때 같진 않지만 여전히 제주 이주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와 삶의 터전인 제주는 분명 다르다. "제주 이주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위험 요인은 없을지 한달살이든 1년살이든 준비할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는 부부. 다만 집값이 너무 올라 주거비 부담이 커졌고, 아름다운 자연이 전같지 않은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제주에 왔으니 가족이 뭉쳐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뿐이라는 승범씨와 윤수씨. 대정읍 상모리 집을 5년 계약했는데, 그 이유도 '5년이면 정착할 곳을 계획하고, 제주살이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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