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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방불명 아동 '위기 징후' 1년 전 포착했지만…
2023년 4월 장기간 예방접종·진료 기록 없는 것 첫 확인
아버지 "아들 외국 있다" 진술 믿고 검증 없이 조사 마쳐
아동 학대 조사 공무원 출입국기록 조회 신청 권한도 없어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4. 07.11. 14:15:29
[한라일보] 제주에서 행방불명 된 아동의 위기 징후는 지난해 4월 처음 포착됐지만 이 아동을 찾기 위한 경찰 수사는 지난 6월 말에야 시작했다. 시간이 생명인 실종 아동 수사가 이미 첫 단계에서부터 어그러졌다.

ㅣ"외국 있다" 말만 믿고 조사 종결

제주도는 A군의 위기 징후를 2023년 4월 처음 확인했다. 보건복지부는 예방접종 미접종, 건강검진 미검진 등 44종의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추출해 위기 아동을 발굴하는 'e아동행복지원사업' 시스템에서 2021년 5월 태어난 A군의 예방접종기록이 2022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런 사실을 지난해 4월 도에 통보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A군의 예방접종·병원 진료 기록은 2021년 9월 이후부터 없었다.

A군이 위기 아동으로 분류되자 관할 주민센터 공무원이 학대 여부 등 양육 환경을 조사하려 가정을 방문했다. 그러나 A군을 번번이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매뉴얼 상 위기 아동 조사는 대면 조사가 원칙이다. 또 부모가 조사를 3차례 이상 거부하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A군의 정확한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조사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됐다.

제주시는 당시 담당 공무원이 "아들이 아내와 함께 외국으로 출국했다"는 A군 아버지 말만 믿고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매뉴얼상 부모의 이같은 진술이 나올 경우 출입국 기록 조회 등 어떤 방식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것도 한계로 작용했다.

A군은 올해 4월 다시 위기 아동으로 분류됐다. 첫 조사가 끝난 후에도 A군의 예방접종·병원 진료 기록은 여전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A군 담당 공무원이 바뀌었고, 올해 6월 25일에야 "A군을 찾아달라"는 수사 의뢰서가 경찰에 제출됐다. 경찰 조사 결과 "외국에 있다"던 A군의 해외 출국 기록은 전무했다.

ㅣ출입국 기록 조회 신청 권한도 없어

위기 아동 조사 과정에서 부모 또는 관계인이 "아동이 해외에 있다"고 진술했다면, 이를 검증할 가장 명확한 방법은 출입국 기록을 뒤져보는 것이다.

현재 각급 학교의 경우 취학 예정 아동이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고, 외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 출입국 기록을 조회해 정확한 소재를 파악한다.

2016년 초교 입학 예정이었던 신원영군이 부모의 장기간 학대로 숨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그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각 학교 장에게 출입국 기록 조회 권한을 주는 등 안전 확인 의무를 강화했다.

기초생활수급 아동이 외국에 있을 때도 공무원들은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다. 대상 아동이 해외에 3개월 이상 체류하면 수당 지급을 정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담당 공무원이 직접 출입국 기록을 확인할 순 없고 출입국 측에 조회를 요청할 권한만 갖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조사 공무원에겐 해외 출입국 기록을 직접 확인할 권한도, 조회를 요청할 권한도 없다.

아동복지법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출입국 기록 조회 신청 권한이 있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아동 학대 조사 업무를 맡은 한 공무원은 "아동이 외국에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해서 무작정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출입국 조회 신청 권한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학교가 취학 예정 아동의 출입국기록을 확인하는 것과 우리가 위기 아동을 조사하는 것과 그 목적은 다 비슷한 것인데, 왜 이런 차이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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