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건강&생활]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 입력 : 2016. 11.16(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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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광역치매센터가 개소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전국 12번째로 뒤늦게 개소해서 처음에는 다른 센터의 업무를 따라가기에 바빴고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만으로 버거웠다. 지금은 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주대학교 병원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치매센터 사무국장과 팀원들의 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치매인식개선사업, 초기 치매 환자를 위한 집단 인지재활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치매 파트너스 모집, 치매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지원, 치매극복 걷기대회, 치매조기검진 지원 등이 우리 센터가 기본적으로 시행해야 업무였다.

광역치매센터의 이름으로 어떤 사업을 시행하든지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이었다. 아직까지도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 오해, 편견 등은 치매의 조기발견, 진단, 치료, 관리 등의 모든 단계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치매인식개선을 위한 많은 자료집, 강의록, 동영상들이 있고 먼저 우리센터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리의 부모님, 또는 장인 장모님 (시부모님) 4명 중의 한 명이 치매인 시대에 살고 있기에 치매 인식개선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치매환자 가족들도 치매에 대한 인식도가 높지 않았고, 편견도 많고, 인식의 편차도 컸다. 치매 가족들 중에서도 노인은 원래 나이 들면 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치매를 병이 아닌 노화의 연속선으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또는 치매의 증상을 치매환자가 일부러 가족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증상을 일부러 만들어 낸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었다. 하물며 치매를 접해보지 못한 젊은 층들은 치매에 대한 인식도가 더욱 낮았다.

치매는 무서운 병이고 치료를 받아야 할 병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치매환자가 실제로 겪는 고통은 잘 모르고 있었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적인 인식개선도 필요하지만, 직접 치매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정서적인 인식개선이 더 중요하다. 치매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정서적인 공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와 정서적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치매환자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 하에 센터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우리나라의 현재 가상현실 분야는 3차원의 몰입감이 높은 영상을 제공할 기술적인 기반이 축적되어 있고, 의료 분야 일부에서도 치료적으로 도입되는 시점이다. 치매에 관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 경제적인 비용이 들었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프로그램의 효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체험 후에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정도가 체험 전보다 35% 이상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확장성 있고 유용하게 사용가능 하였고, 특히 치매환자를 경험하지 못했던 청소년, 청년층에서 그 효과는 두드러졌다. 올 11월 4일에 열렸던 국가치매관리 워크숍에서도 본 센터의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프로그램이 홍보부스로 초청을 받았고, 치매인식개선사업 모범사업 3례 중에서 하나로 선정되어 발표도 하였다. 토론에 참여한 미디어 전문가로부터도 창의성, 선도적인 프로그램 유용성 등에서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매환자 공감하기' 아직도 보완해 나갈 점도 있지만, 앞으로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 센터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그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은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광역치매센터(☎717-2355)에 연락을 주면 안내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치매환자를 지식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박준혁 제주도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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