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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상 수상자 "제주는 '저항의 정신' 추구하는 신화의 섬"
제주 찾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9일 기자회견… "영악한 악 맞서기 위한 답 찾을것"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5. 04.29. 18:33:43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9일 메종글래드 아메티스트홀에서 제6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 전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제주4·3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올해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7)가 29일 "제주는 저항의 정신을 추구하는 신화의 섬"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제주시 연동에 있는 메종글래드 아메티스트홀에서 제6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 전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제주4·3을 접하게 된 계기와 인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알렉시예비치는 우선 "제가 살고 있는 벨라루스는 지금도 자유를 위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이다. 2020년 벨라노스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와 혁명이 일어났던 적이 있는데, 당시 참여했던 100만명에 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조국을 떠나 해외에서 거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 때의 그 혁명이 실패할 것이라는 직감은 30여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서 느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첫 번째 방문했을 때 작가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에도 저항의 정신을 담은 섬이 있다고 전해들었다. 그때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 '붉은 섬'이라는 제주의 그때 그 사건들을 처음 듣게 됐다. 어제는 (4·3)관련 영화도 봤다"며 "그 때의 기억이 굉장히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인간이 겪고 있는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시기에 제가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년간 세계지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다',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만한 곳이 별로 없다라는 것을 우리 모두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런 역사적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예술가, 또는 저 같은 작가들은 이런 역사에서 어떤 정신을, 어떤 교훈을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9일 메종글래드 아메티스트홀에서 제6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 전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제주4·3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그는 "영악한 악에 맞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가 제주도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제주는 적극적인 저항의 정신을 추구하는 신화의 섬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 저항정신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작가로서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더 발전시킬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내란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주의깊게 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민주주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시민 저항의 경험과 그것을 공유하는 것, 한국사회가 너무나도 탁월하게 전 세계에 보여주고 증명해 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벨라루스에서 성장한 기자 출신 작가다. 제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의 붕괴 등 역사적 사건에서 취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개인, 특히 여성·아동의 고통과 생존 서사에 귀 기울이고 이를 기록·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201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목격자들', '아연 소년들', '죽음에 매혹된 사람들', '체르노빌의 목소리-미래의 연대기', '세컨드핸드 타임-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등이 있다. 또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이라는 고유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변화된 이들의 서사에 귀 기울이고 전쟁과 폭력의 실상을 고발해 왔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다음달 1일 오후 3시 제주문학관에서 알렉시예비치와 함께하는 북 토크 '기억을 기록하다-목소리 없는 이들을 위한 문학'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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