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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석의 백록담] ‘사실상 무산’ 행정체제 개편 무리였나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입력 : 2025. 02.03. 03:30:00
[한라일보]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공약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정국' 돌입으로 수장조차 없는 행정안전부는 '무의사결정' 상태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 게다가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는 제주도의 희망은 염두에 두지도 않은 듯 초광역권 형성과 대도시권 연계·협력 중심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자문위원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제주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달 23일 제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탄핵정국,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도입시기를 2030년으로 미루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내년에 제주형 행정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1년간 3개 행정시 상태로 제주도가 준비한 사무·재정 배분체계를 시범운영해 잠재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제주연구원이 발제자의 원고를 미리 받아 봤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제주도의 속내가 발제자의 의도에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에도 '대통령 탄핵' 얘기는 밥상머리 화두로 올랐지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사실상 논외였다. 지난해 마지노선까지 정해놓고 중앙정부에 간청해 왔던 만큼 그 시기를 넘어서자 대부분의 도민들이 임 교수의 주장처럼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 지사는 지난달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인용 시기와 조기 대선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주민투표 실시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놨지만 도민들에겐 오 지사의 포기 선언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추진은 애초부터 무리였을까. 필자는 한마디로 무리였다고 본다. 사실상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의 기초자치단체 설립으로는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견수렴과정에서도 도민 전체 의견과 동떨어진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오 지사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김한규 의원은 아예 제주도의 결정에 반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제주도의 대안에는 '변화와 혁신'이 없었다. 분명 도민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원하지만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었다. 2006년과는 분명히 다른 형태의 자치단체 모형이 제시돼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행정구역 구분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 등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았다. 여기저기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중앙정부가 도민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추진동력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제 부족한 1%, 아니면 99%를 찾아내고 추진동력을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위영석 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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