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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찾아가는 독도해녀교실] (4)의귀초등학교
거센 독도 바다 누비던 ‘제주 해녀’를 만나는 시간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4. 09.23. 04:00:00
척박한 독도서 생계 유지·영토 수호 역할 책임진 제주 해녀
애니메이션·강의·팝업북 등 다양한 매체 활용 눈높이 교육

[한라일보]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지난 6일 의귀초등학교 6학년 지혜반에서 진행된 '2024 찾아가는 독도해녀교실' 네 번째 수업은 아이들의 맑고 명량한 노랫소리로 시작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하영 강사는 노래가 끝나자 "맞아요. 독도는 우리 땅이죠. 그런데 왜 '새들의 고향'이라고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운을 띄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학생들이 어리둥절하자 김 강사는 웃으며 "아주 먼 옛날부터 봄이면 산란을 위해 독도로 돌아오는 괭이갈매기를 보고 '새들의 고향'이라는 가사를 만들었다"고 말하자 학생들의 얼굴엔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외로운 섬이자 새들의 고향인 독도는 과거부터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당시 독도산 미역은 전국에서 인정받는 고급품이었지만 깊은 수심과 거센 파도로 인해 채취를 위해선 뛰어난 잠수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제주 해녀들이 꼭 필요했다.

이날 수업은 1교시 동안 제주 출향 독도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 시청 후 제주 해녀가 독도로 나가 어장 보호와 영토 수호에 기여한 숨은 이야기에 대해 듣고, 독도 이야기로 꾸며보는 팝업북 체험활동 순으로 진행됐다.



▶험난한 독도행과 척박한 생활

고향에서 715㎞ 떨어진 독도까지의 여정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해녀들은 제주 산지항에서 출발해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후, 포항을 거쳐 울릉도, 독도에 도착했다. 운이 좋아 날씨가 맑다면 며칠 내로 도착했지만 악천후로 인해 배가 출항하지 못한다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힘겨운 여정을 거쳐 독도에 도착한 해녀들은 곧장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크게 동도와 서도로 구분된 독도에서 유일하게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서도 꼭대기에 위치한 '물골'이라는 작은 동굴로 해녀들은 거기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고 바닥에 가마니를 깔아 잠을 청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일부 해녀들은 가족과 함께 독도에 거주했는데 여기에는 아이와 노인도 포함됐기에 해녀들이 져야 하는 부담은 더욱 컸다.

김 강사는 "날씨 때문에 보급선이 못 와 식량이 부족할 때는 갈매기 알을 먹으며 버텼다"며 "제주 해녀들은 독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꾼이자 제주에 돌아와서는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기부자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독도 수호에 앞장선 제주 해녀

"일본에서 독도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나요?"라는 김 강사의 물음에 "다케시마!"라는 답변이 쏟아졌다. 김 강사는 "맞아요. 일본에서는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는데 한국어로 하면 죽도, 대나무 섬이라는 의미예요"라며 "대나무는 울릉도에는 많지만 독도에는 없어요.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만 사실은 의미도 안 맞는 거죠"라고 말했다.

제주 해녀들은 독도의용수비대와 함께 영토 수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독도지킴이이자 1호 주민으로 유명한 故 최종덕 씨는 직접 제주 해녀를 고용하고 매우 귀하게 생각했다. 독도의 유일한 식수원인 '물골'로 가는 계단을 만들 때, 해녀들은 건설에 쓰일 모래를 바닷속에서 건져오고 기반 시설을 정비하는 등 독도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데 손을 보탰다.

김 강사가 "제주 해녀들은 독도 경비·행정에 크게 기여하며 사고가 생기면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갔다"며 "이러한 제주 해녀들의 활동은 단순한 생계 유지를 넘어 영토 수호자의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역사를 현재의 이야기로

수업의 마지막은 '독도 이야기로 꾸며보는 팝업북 만들기'로 의귀초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된 종이 액자에 해녀와 미역, 갈매기 등으로 꾸며보며 상상 속의 독도 바다와 제주 해녀의 모습을 구현했다. 서툰 손짓이지만 모두 앞서 들은 제주 해녀의 행적을 떠올리며 자기만의 독도 바다 팝업북을 완성시켜 갔다.

팝업북을 완성한 학생들은 실제 해녀가 사용하는 테왁망사리와 오리발을 만져보고 착용하며 본인이 해녀가 된 느낌이 체험해 보았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무거운 테왁망사리를 들고 불편한 오리발로 걸어보면서 제주 해녀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날 수업에 들은 오은진 학생은 "해녀는 제주도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독도까지 나가 물질을 했다는 게 신기하다"며 "해녀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같이 수업을 참관한 의귀초 6학년 양은주 선생님은 "저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같이 강의를 들으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쉬웠다"며 "우리 학생들도 수업을 재밌게 들어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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