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이 책] 육체의 한계에 다정함을… "단점을 특성으로"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지만 죽는 건 아냐』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4. 06.07. 00:00:00
[한라일보] 1954년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이래 60년 동안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온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가 신체에 관해 쓴 첫 에세이. 작가는 병들고 노화하는 몸이 삶에게 전하는 보물 같은 메시지를 위트 있게 녹여낸다.

예측 가능하지만 언제나 낯설기만 한 노화, 질병 그리고 가족의 죽음, 여기에 더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점이라 여겼던 타고난 육체적인 한계를 누구나 안고 살아간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겪게 되는 생로병사의 과정은 육체의 영역을 넘어 정신에 스며들어 삶을 즐겁게도 하고 괴롭게도 만든다.

저자는 작가 이전에 한 사람의 생활자로서 때때로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육체의 한계를 다정하게 맞아 삶의 무게를 가볍게, 단점이라 여겨온 것들을 특성으로 녹여내는 반전의 시각을 선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느긋한 몸 건강, 마음 건강의 비결은 본질에 충실하다. 결핍은 채워주고, 비움으로써 이로울 때는 가감 없이 덜어낸다. 타고난 체질은 받아들이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회피해도 상관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포기하고, 언제나 몸이 보내는 SOS에 귀 기울이고 변화를 받아들인다. 다이어트가 화두인 시대지만, 포만감의 중요성과 군살의 효용성 같은 인생 선배의 금쪽같은 조언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고도근시였던 데다 전쟁 통에 겪은 극심한 빈곤, 부모의 불화, 작가로서의 중압감 등등 어찌 보면 암울함으로 변색 위기에 처한 자신의 삶을 매사 적당하게, 때로는 불성실함으로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

우리는 언제 인생의 보물을 발견하는가. 모든 것이 순탄했을 때 알았더라면 내 인생, 더욱 빛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뭔가 부족하거나 잃은 후에야 비로소 당연시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한다.

인생 보물들의 속성이 결핍과 고통의 순간에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일까. 노화와 갑자기 들이닥치는 병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상실의 순간이 나에게 전하는 보물은 과연 무엇일지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환기시킨다. 소노 아야코 지음·오유리 옮김. 책읽는 고양이.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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