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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후 100일 아들 살해·유기 비정한 친모(종합2보)
아들 얼굴 이불을 덮은 뒤 외출… 사망하자 시신 포구 유기
경찰·행정기관 조사서 "대구 있는 친부가 보호 중" 거짓말
친모 "경제적 어려움에 아이 짐으로 느껴져 범행" 자백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3. 08.16. 16:37:30
[한라일보] 제주지역에서 장기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춘 생후 100일 된 영아가 친모에 의해 살해돼 유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낳은 아이가 자기 인생에 짐으로 느껴져 범행을 했다고 자백했다.

16일 본보 취재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경찰청은 A(26·여)씨를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15일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20일 출생한 아들 B군을 그해 12월23일 서귀포시 자택에서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일인 12월23일 0시쯤 잠에 든 아들의 얼굴에 이불을 덮어 놓고 외조모 집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 집에 돌아와보니 아들이 구토를 한 흔적이 있는 등 숨진 것으로 판단되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이를 쇼핑백에 담은 뒤 서귀포시 한 포구로 가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쇼핑백에서 아들을 꺼내 포대기에 싼 채로 테트라포드 틈 사이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짐으로 느껴져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미혼모로 2~3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으며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의 임대료를 내지 못해 범행 이튿날 집을 나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또 실제 양육은 A씨가 고용한 베이버시터가 했으며 아이 돌봄 비용도 한달 치만 내고 나머지는 전부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수사는 B군의 예방접종 기록이 장기간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서귀포시가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서귀포시가 B군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상대로 조사할 당시 그는 "아들을 대구에 있는 친부인 C씨가 보호하고 있는데 6월말 쯤 친부가 아들과 함께 제주에 오기로 했으며, 친부와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A씨 진술과 달리 6월 말에도 친부와 아들이 제주에 오지 않는 등 소재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자 지난 7월 21일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귀포경찰은 업무 지침에 따라 사건을 그달 28일 제주경찰청으로 넘겼다.

A씨 거짓말은 친부로 지목된 C씨가 "B군은 내 아들이 아니어서 지금 데리고 있지 않다"고 경찰에 진술하면서 들통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아들을 친부가 보호 중"이라며 거짓 진술을 했지만, 경찰은 대구에 갔다던 B군의 항공기 탑승 기록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A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은 B군의 시신을 찾기 위해 A씨가 아들을 유기했다는 포구 인근을 수색했지만 현재 이 곳은 파쇄석 등으로 매립돼 시신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탓에 유전자도 확보할 수 없어 친모 주장처럼 C씨가 실제 친부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A씨가 아들을 살해하고, 유기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공범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A씨가 아들의 출산 사실을 외조모 등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경찰은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생후 100일 밖에 안된 영아의 얼굴을 이불로 덮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범행을 했기 때문에 미필적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며 "시신 수색과 더불어 공범 여부를 조사한 뒤 다음주쯤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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