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홍정호의 문화광장] 붉은 여왕 가설(The Red Queen hypothesis)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2. 01.04. 00:00:00
1973년,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밴 베일런(Leigh Van Valen, 1935~2010)은 ‘새로운 진화 법칙’이라는 논문에서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 내용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달리기(여기서는 보다시피, 계속 달려봐야 제자리야.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를 바탕으로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다른 생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화가 더딘 생명체가 결국 멸종한다는 '지속 소멸의 법칙’을 발표했다.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혁신과 진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코로나 상황 아래 우리는 어디를 향해 얼마나 빨리 뛰어야 생존할 수 있단 말인가?

인류사 최악의 역병 기록은 유스티아누스 역병(AD541~542)으로 로마시대부터 기록된다. 이 역병은 페스트이다. 동로마제국의 50%가 사망했으며, 전 유럽과 아일랜드까지 퍼져나갔던 이 흑사병으로 로마의 지배력이 약화되며 결국은 로마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지식, 예술, 철학이 쇠퇴한 중세 암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347년부터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의 흑사병 창궐로 유럽 인구의 약 30% 750만 명이 희생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2억명 가량이 희생됐다. 14세기 중세유럽의 흑사병은 사회구조의 붕괴를 가져왔으며 사회적 혼란을 마녀사냥, 부랑인, 유태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전가시키는 희생양적 학살을 자행한 폭력의 시기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태도를 바꾸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Carpe diem’는 신조가 탄생했으며 지오바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의 ‘데카메론’에 영향을 줬다. 페스트를 거치며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고와 과학이 발달했으며 정치, 과학, 예술이 함께 부흥하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된다. 힘든 상황속에서 예술을 꽃피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세익스피어 등 위대한 인물들이 탄생했다. 페스트 시기의 극장폐쇄, 자가격리는 작가들에게 명작을 탄생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작가 루이스 캐럴 (본명 Charles Lutwidge Dodgson 1832~1898)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그 시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줬다.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1973년, 밴 베일런의 붉은 여왕 가설(The Red Queen hypothesis), 199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바넷과 핸슨(Barnett & Hansen)의 ‘조직 진화에서의 붉은 여왕’ 경영학 논문에 이르기까지 그 영감은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 위기는 작곡가인 나를 비롯한 예술계 전반에 걸친 생존을 위한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홍정호 한국관악협회 제주지회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