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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덕의 건강&생활] 스트레스로 눈에 물이 찼다는데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8.25. 00:00:00
제주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주위의 외국인 환자 분들을 자주 만나 뵌다. 얼마 전에도 국제학교 선생님 한 분이 내원했다. 왼쪽 눈으로 봤을 때, 세상에 동그란 테두리가 쳐진 것 같다고 했다.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OCT) 결과, 좌측 황반부 부근에 부종이 보였다. 개인적인 사연을 여기 다 전하기는 어렵지만, 들어보니 몹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들을 연달아 겪은 터였다. 의사소통이 아주 자유롭지는 못해 병명과 경과를 화면으로 보여드리고, 일단 기다리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많으니 치유되기를 기다리자고 위로해 드렸다.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으면, 눈에 주사를 놓아 치료할 수도 있다고 알려드렸다.

이 환자의 병명을 우리말로 옮기면, '중심성 장액성 맥락망망병증'이다. '중심성 망막염'이라고도 부른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 아래 물이 고이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40대 전후의 남성들에게, 한 쪽 눈에만 발생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눈 앞에 둥근 모양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시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고, 사물이 찌그러지거나 휘어져 보일 수 있으며, 물체가 작게 보이거나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내인성 및 외인성 스테로이드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에서 이른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하는 내인성 스테로이드가 분비되는데, 'A형 성격(A형, B형, AB형, O형 같은 혈액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입A, 타입B 등으로 나뉘는 또다른 분류법이다.)'과 같은 예민한 분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외인성 스테로이드란 외부에서 약으로 투여하는 스테로이드를 가리킨다. 이러한 스테로이드가 망막 아래쪽에 있는 맥락막 혈관들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망막 아래쪽에 물이 고이게 할 수도 있다. 먹는 약만이 아니라, 코 안에 뿌리는 비염 스프레이나 피부에 바르는 외용 연고.크림제에 들어 있는 스테로이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중심성 망막염이 발생하면 의사와 상의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중심성 망막염은 자연적으로 부종이 가라앉으면서 증상이 개선된다. 평균 1~3개월 정도 걸리며 시력 예후는 비교적 좋다. 3~4개월이 지나도 자연치유가 안되고 시력저하가 계속될 경우 국소레이저광응고술, 혈관생성억제 항체주사, 광역학치료 등의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자연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종이 빠지면서 시력이 병의 발생 이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부종이 호전되고 시력이 1.0까지 나오더라도, 야간 시력이나 색 식별능력이 감소하거나 국소적인 왜곡이 남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재발하면서 시력이 상실되는 쪽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전체 약 5% 정도는 만성화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눈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한 눈을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과음이나 흡연을 줄이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덕목들이고, 이런 말씀을 전하는 필자 역시 늘 실패하고 만다. 벌써 가을이다. 연초에 묶었던 생활의 신발끈이 풀어졌다면, 한 번쯤 쉬어가며 다시 단단히 매어보아도 좋겠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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