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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진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 동네책방 시즌2의 시대가 열리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8.25. 00:00:00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중형서점 '불광문고'가 25년 만에 문을 닫는다. 이미 지난해 13년간 이어져 온 서울 마포구의 '한강문고'가 문을 닫았고, '스틸북스', 을지로 '아크앤북', 배우 박정민의 '책과 밤, 낮' 등 개성 강한 서점들도 연이어 폐업했다. 올해 6월에는 국내 3대 대형서점으로 꼽히는 반디앤루니스의 운영사인 서울문고가 부도를 내면서,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얘기됐던 '서점 멸종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육지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제주의 동네책방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즌2의 시대를 맞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함덕의 '만춘서점'이었다. 작년 10월에 4주년을 맞은 '만춘서점'은 옆 건물까지 공간을 확장하여 제주 동네책방 최초로 2호점을 오픈했다. 넓어진 공간에서 더욱 알찬 행사와 다양한 콜라보 상품들을 선보이며 이전보다도 많은 팬층을 확보해가는 추세다.

2014년 5월에 문을 연 제주 동네책방 1세대의 대표주자 '소심한 책방'은 최근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책을 구입해 읽다 가는 사람에게만 한정해 커피, 맥주 등의 음료를 판매하는데, '책방으로서의 기능'을 최우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작가와 식물의 방'과 북스테이도 준비 중이다.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무사'는 작년에 뒷마당 공사를 통해 각종 전시와 공연, 북토크, 플리마켓 등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 초엔 'storemusa.com'을 오픈하며 온라인 쇼핑 시스템도 구축했다.

'제주풀무질' 역시 더욱 안정적인 책방 운영을 위해 직접 건물을 지어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여성 전용 북스테이를 오픈했다. 서쪽 책방의 대표주자인 '무명서점'은 분점인 '책은선물'과 북스테이를 새로 오픈하고,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독립서적들을 소개하며 수익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책방 소리소문'은 10월경 새로운 곳에서의 시즌2를 예고했으며, 8월 말에는 아마도 서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북카페가 될 '유람위드북스'의 재오픈이 기다리고 있다. 기존 책방들의 시즌2와 더불어 새로운 책 공간들의 탄생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은 교육회사 대교와 손잡고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주에 진출했다. 국내외에 출간된 다양한 잡지들을 전시,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자 북클럽인 이곳이 제주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궁금하다.

제주착한여행은 지난 7월 원도심에 여행자와 지역 주민을 위한 북라운지&스테이 '고요산책'을 오픈했다. 1일 이용권을 구입하면 음료 한 잔이 제공되며, 비치된 책을 보거나 작업을 하며 시간제한 없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100여 년을 제주 바닷길의 수문장 역할을 했던 산지등대와 부속 건물도 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의 협약으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달부터 운영이 시작된 '카페물결'은 제주도내 생태와 해양, 그림책 200여 종을 판매하며 서점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독서 인구는 점점 줄고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이지만, 적어도 제주 책방들의 움직임만 놓고 보자면 '서점 멸종론'은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은 그저 이론일 뿐이다. <권희진 디어마이블루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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