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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현장시선] 정체된 제주경제, 활력 충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8.13. 00:00:00
2014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던 제주의 연간 가계소득 규모가 정체되고 있다. 제주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자영업을 중심으로 사업소득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0년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영향을 감안하면 고용 감소, 업황 부진 등이 심화되면서 지난해에도 그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에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가계소득 변동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에 의하면 제주의 가계소득 규모 증가세 둔화는 관광, 건설 등 주력 산업 업황 부진, 인구 순유입 규모 축소 등이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 순유입 규모 축소와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제주의 일자리는 음식, 숙박 등 서비스업 종사자와 단순노무직 비중이 높은 데다 임시, 일용직 근로자 비중도 높아 여타 지역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로 여건도 좋지 않은 편이다. 이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대기업 및 전문직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청년층의 제주 순유입 감소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제주의 일자리 마련 여건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재정지출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기 쉽지 않은 데다 인센티브 제공에 의한 대기업 유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 공급 및 수요 간 미스매칭으로 전문직 일자리를 늘리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따라서 기존의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 청년층의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 마련도 고려해볼 만 하다.

청년층의 특징은 주로 조직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기만의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온라인 상의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기존 세대와는 다른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예술 문화, 창작 등과 관련한 일자리가 최근 청년층의 특성과 일면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제주는 그 동안 기울여 온 예술 문화 인프라 확충,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이에 더해 청년층 특성에 적합한 디지털 기술과 연계된 예술 문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20∼30대 청년층 유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 문화를 포함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개인방송을 시작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청년층 유치를 위해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타운을 조성해 저렴한 가격에 스튜디오를 임대하고 장비를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향후 개인방송 제작 및 전 세계로의 콘텐츠 제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 설립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그 자체적으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제주 지역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술 문화 및 관련 창작 컨텐츠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제주지역이 그 공급 중심에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 <김훈 한국은행 제주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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