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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의 문화광장] 밀레니얼 세대의 못생김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4.06. 00:00:00
미술계에선 지난달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93년생 28살의 류성실 작가가 선정돼 화제다. 이 상은 에르메스코리아가 지난 2000년에 한국 미술계의 지원을 위해 제정한 이래 박이소, 서도호, 김성환 등 유명작가들이 수상했다. 2016년부터 격년제로 전환됐고, 상금은 2000만 원, 전시지원금과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의 개인전 혜택이 따른다. 본격적으로 90년대생이 미술계에 들어온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작가가 사용하는 미술언어도 90년대생의 것이었다. 체리 장이라는 BJ(방장, 혹은 브로트캐스팅 자키) 캐릭터로 분한 영상 ‘체리 폭탄(Cherry Bomb)’을 2018년에 미술대학을 졸업하면서 발표했고, 2019년엔 ‘대왕 트래블 칭첸투어’를 소개했다. 대학졸업후 불과 3년 만에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가 되면서 단숨에 신인작가를 건너 뛰고 유망작가로 부각됐다. 하얀 분을 경극배우처럼 칠하고 부자되는 법을 알려주는 BJ 체리장과 대왕 트래블이라는 가상의 여행 회사 사장이 여행상품을 파는 방식을 풍자하는 두 편의 작품이자 개인전은 자본주의의 화법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조롱한다. 패션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미술가로 산다는 건 ‘뜨거운 열정으로 부지런히 진정성을 외치는 사기꾼의 삶’이라 정의내리기도 하고, 새해 다짐으로 "꿈은 돈으로 이뤄진다"고 말하는 93년생 작가의 현실직시가 흥미롭다.

미국미술계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신인이 부상할 때가 10여년 쯤이었다. 텍사스 출신의 1981년생 라이언 트레카틴(Ryan Trecartin)이 2006년 최연소로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했을 때의 나이가 26살. 이후로 뮤지엄이나 비엔날레에서 트레카틴의 작품을 보는 것은 익숙한 일이였다. 2008년도엔 부산비엔날레에도 출품했다. 류성실처럼 트레카틴도 등장한 때도 바야흐로 80년대생이 온다고 떠들던 때였다. 갑자기 10년전의 트레카틴을 소환하는 건, 한 세대를 건너고 전혀 다른 나라에 사는 두 작가가 취하고 있는 전략이 일명 '어그로 끌기' 같아서다. 관심을 끌거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악의적 행동을 하는 일종의 도발을 어그로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며 MZ세대를 논하며 이들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관종(관심을 갈구하는 종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어그로를 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기 때문에, 다소 과격한 외모나 표현을 서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인터넷을 통해 보이는 밀레니얼은 어딘가 기괴해 보인다. 일부러 못생기고 못된 말로 관심을 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웹진에서 장근영이 쓴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글을 읽었다. 밀레니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들이 위험하거나 공격적이라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어그로끌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보이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오해는 통계로 해결한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범죄율은 인류 역사상 가장 낮다. 현실에서보다는 사이버세상에서의 모험에 그치는 이들은 오늘도 조용하게 사이버세상에서 혹은 예술의 상상력으로 어그로를 끈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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