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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문화광장] 예술 지원 정책 제언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2.02. 00:00:00
세월은 유수와 같다지만 지난 1년은 한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작년 이맘때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코로나19와 이렇게 긴 싸움을 이어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도 없다. 예상하지 못했던 힘든 상황 속에서 예술계는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온라인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는 이제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하나의 대안으로 시작됐지만, 공연과 전시의 온라인 콘텐츠화라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지원 정책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년 하반기 급하게 추진된 예술 지원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보고 더 적절한 지원 방법은 없는지 모색해 볼 때이다.

온라인에서의 시도는 예술 활동과 향유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옛날을 더 그립게도 했다. 예술가의 입에서는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관객도 직접 작품을 보고 듣길 고대한다. 온라인 공연과 전시가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정보를 전달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서 현장에서와 같이 감동하기란 힘들었다. 또한 선거방송마저도 화려한 그래픽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시대에, 짧은 기간 저예산으로 만들어지는 공연과 전시의 영상물은 작품 자체의 예술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연과 전시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거나, 전염병이 사라지면 불필요해질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공연과 전시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은 비대면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니라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장 활동과 온라인 활동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예술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이다.

작년에는 온라인 공개를 전제로 한 영상물 제작에 지원 사업을 집중했다면, 올해는 안전한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공연과 전시의 영상물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할 때 영상 제작을 함께 고민하도록 하고, 영상물 제작이 꼭 필요한 공연과 전시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예술가에게 해결해야 하거나 완수해야 할 과제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예술가에게 과제를 주는 것과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일인데, 지금은 예술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예술가에게 용역을 맡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술가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일이야말로 예술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을 파괴하는 일이다.

올해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는 예술가들은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비대면의 상황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잔뜩 움츠려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예술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적절한 예술 지원 정책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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