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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화의 건강&생활] 혈액암이란?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12.16. 00:00:00
제주로 이주해서 암 환자 진료를 해 온지 벌써 6년이 됐다. 그동안 치료한 환자들 가운데 몇 명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항암화학치료(이하 항암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다시 찾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항암치료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얻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병명도 생소한 '혈액암' 환자들이다. 100가지가 넘는 암 질환들 중 급성 및 만성백혈병, 호지킨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으로 구분되는 악성림프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다발성골수종, 만성골수증식성질환 등을 혈액암이라고 부른다. 혈액암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공통점들을 갖고 있다.

첫째, 혈액암은 뼛속 골수에 있으면서 여러 종류의 혈액세포들(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 내는 씨앗세포인 조혈모세포들 중 하나가 암으로 변화한 병이다. 둘째, 병이 시작된 처음부터 골수를 암세포들이 차지하고 있어 혈액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의 감소로 각종 빈혈증상 및 세균감염으로 인한 발열, 출혈 증상들이 자주 동반된다. 일반적인 암의 기준으로 보면 혈액암은 제4기 말기암의 성질을 갖고 있다. 셋째, 혈액암세포들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병이 급속하게 악화된다. 그러므로 혈액암과 관련된 증상들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적극적인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넷째, 혈액암이 아무리 위험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에 효과가 대단히 좋다. 병이 발생한 초기에 어려운 고비를 잘 극복하고 나서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항암치료만으로 건강하게 지내는 건축업자, 명품수선 장인, 동갑내기 조선족 아주머니, 그리고 호지킨림프종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잘 지내고 있는 젊은 엄마 두 명, 더운 나라에서 제주에 온 외국인 근로자 두 명, 무슨 병인지 몰라 고생했던 동갑내기 동네 아저씨가 지난 5년 동안 제주에서 치료한 환자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다. 다섯째, 병든 골수를 매우 많은 양의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없애고, 환자 자신 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골수 또는 혈액 속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들을 수혈하는 조혈모세포이식치료가 오랫동안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뿐 만 아니라 완치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제주에서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들을 이식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네 분이 잘 지내고 있고, 특별히 친형제-자매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조혈모세포들로 이식을 받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아주머니가 만성 '이식편대숙주반응'이라는 부작용이 있을지라도 3년 넘게 백혈병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가끔 이분들을 진료실에서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새해에도 이들 모두 건강하길 기원한다. 오늘도 애가 셋인 40대 초반 가정주부가 우측 편도선이 너무 커지고 아파서 조직검사를 받았고, 림프선암으로 판정돼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래서 또 한번 항암치료에 도전하고자 한다.

이상과 같이 혈액암 질환들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에 대단히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처음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치료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의료인들과 환자, 환자의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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