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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79)조국은 하나다-김남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15. 00:00:00
나는 또한 쓰리라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든 길 위에

조국은 하나라고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눠 갖는 우리네 인생길

오르막 위에도 쓰고

내리막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라고



바위로 험한 산길에도 쓰고

파도로 사나운 뱃길에도 쓰고

끊어진 남과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오 조국이여!

온누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이여 이름이여

나는 또 한 번 쓰리라

사람의 눈길이 닿는 모든 사물에

조국은 하나라고

-'조국은 하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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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1일 오전 11시 '제28주년3·1기념대회'가 열린 제주북국민학교 주변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대회장인 안세훈은 "3·1혁명 정신을 계승하여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의 자주통일 민주국가를 세우자"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바로 '조국은 하나다'라는 정신에서 출발하였다. '조국은 하나다'는 '창작과비평'에 '잿더미'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한 김남주(金南柱 1946~1994) 시집이다. 시인이 전주교도소에서 출감되기 전, 후배들이 그의 시 애독자를 위해 이전의 시집 '진혼가'와 '나의 칼 나의 피'에 실렸던 시편들, 그리고 옥중에서 새로 쓴 시를 총 망라해 212편의 시를 모아 시집을 엮었다.

김남주는 자신을 시인이라기보다 전사(戰士)라고 했다. 시는 그에게 이 시대의 모순을 꿰뚫는 무기였다. 자유와 평등, 통일을 위한 도구였다. 그것이 바로 4·3정신과 맥이 통하는 것이 아닐까? 지선 스님은 그의 시는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명쾌하고 활발발(活潑潑)하다고 했다. 염무웅 평론가는 그가 느끼는 고통은 '동시대의 쓰라린 자부심'이라 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시는 민중적 서정성과 전투적 이념성이 병존하는 등 한국민중문학사의 걸출한 창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인은 박정희 유신독재 끝 무렵인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사건으로 체포되어 15년 형을 받고부터 9년 3개월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1988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조국은 하나다'는 1988년 8월에 펴냈다. 김남주 시인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동안에 출판된 옥중시집이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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