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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의 문화광장] 어쩌다 금연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5.12. 00:00:00
"지금 독자 여러분께 소개 드리고자 하는 보험의 특징은 기존의 타 보험이 한정 특약된 질병에 대해서만 보장되는 반면 이 보험은 광범위한 질병에 대해 보장하고 있습니다. 심장관상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폐암, 폐기종, 기관지염, 기관지천식,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신장암, 방광암, 췌장암, 위장질환, 만성소화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 각종 암과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보험 사상 이례적으로 '발기부전'에 대한 보장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가입으로 평생 보장되며 재가입이 필요 없습니다. 보험 수혜자는 본인이 가입 시 직계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갑니다. 가입비가 없음은 물론이고 가입과 동시에 평생 매일 2500원이 지급됩니다. 참! 그 좋은 보험 이름이 뭐냐구요? 그 보험의 이름은 금연입니다."

이 글은 2012년 12월 11일 필자가 금연을 결심하며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의 일부이다. 보험이란 사고 및 질병의 위험을 갖고 있는 경제주체가 모여 공동준비재산을 만들어 두고, 일정한 사고 및 질병이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이를 소극적 보험 행위라 본다면, 그 위험요인을 원천적 제거하는 것이 적극적 보험 행위라 생각해 '금연은 보험'이라는 취지로 쓴 글이다.

위 글을 통해 2012년 당시와 2020년 현재를 비교해 보면, 첫째 담배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둘째 2018년부터 금연장소가 실생활권인 사무실, 아파트, 공원, 체육시설, 버스정류장, 숙박업소, 식당은 물론 술집까지 광범위하게 넓혀져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 전 지인에게 오래간만에 제주공항에 와서 청사내 흡연부스를 찾다가 비행기를 놓쳤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증진법이 제정된 이래 금연구역이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이러한 국가금연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었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5.8%였던 국내 성인 흡연율은 현재 22.4% 낮아졌고 특히 남성 흡연율은 43.7%에서 36.7%로 낮아졌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11.4%에 달하던 청소년 흡연율은 6.7%로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금연에 대한 국가정책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국내 남성 흡연율은 1위이며 10%대인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암 사망율 1위인 폐암 그리고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85%를 흡연으로 꼽고 있는데도 금연이 말처럼 그리 쉽진 않다. 필자 또한 2012년 글까지 써가며 결심한 금연이 채 1년을 못가 다시 흡연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초기대응으로 전세계에 방역성공국가의 모범이 되었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민국만 예외일 리 없다. 특히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울하고 힘들 때 담배로 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흡연자는 만성 기저질환자와 함께 코로나 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차라리 이참에 금연을 결심해 보면 어떨까? 훗날 코로나19 덕에 어쩌다 금연을 하게 되었다는 옛이야기 하는 좋은 시절이 다시 오길 기원해 본다.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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