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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8)]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8)남가새는 희귀식물?
남가새, 몽골 대부분 지역 분포… 韓·日선 주로 해안서 자라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7. 09.11. 00:00:00
26속 284종… 우리나라 남가새만 분포
열매 모양 전쟁 시 길에 깔던 무기 닮아


초원과 사막과 자갈밭을 번갈아 가며 마치 항해하듯 달리고 있었다. 간간이 염소와 양 그리고 말과 낙타 떼가 보이곤 이내 멀어져 갔다. 지면은 기복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맨땅으로 된 도로지만 대체로 평탄해서 승차감이 과히 나쁘진 않았다.

김찬수 박사.

그래도 태양이 솟아오를수록 사막의 기운은 맹렬해져갔다. 차창을 열면 뜨거운 열기가 훅 들어온다. 탐사란 이런 것인가? 너무나 더운 나머지 숨이 막힌다. 내리자고 할 수도 없고, 계속 달리자고 할 수도 없다. 피할 데라곤 아무데도 없다. 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가 있나. 마실 물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창밖의 풍경을 막연히 바라보고 있을 때 아스라한 지평선 저 멀리 10여 채의 게르가 보였다.

이곳에 도착한 탐사대는 눈앞에 맞닥뜨린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물 한 방울 없는 이런 사막에 수 백 미터나 되는 너비에 깊이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강물이 맹렬한 기세로 흐르고 있었다. 바이양홍고르에서 251㎞, 울란바토르에서 742㎞ 지점, 바이드락강이다.

분차간호로 흘러드는 바이드락강.

건너는 차량들은 자동차를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짐을 잔뜩 실은 대형트럭들, 승객을 가득 실은 버스, 가족단위의 승객이 탄 승용차들로 아주 다양했다. 소형차들은 예외 없이 트랙터가 끌어주어야 건널 수 있었는데 강의 중간쯤에는 직경이 1m 60㎝에 달하는 트랙터 바퀴가 거의 잠기는 수준이어서 승용차들은 조그만 보트처럼 방향을 잃고 떠내려가려는 듯 통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지경이고 보니 그 중엔 완전히 침수되어 마르기를 기다리는 차, 범퍼, 보닛 같은 부속들이 떨어져 나간 차, 심지어 번호판을 잃어버린 채로 물 밖으로 나온 차도 있었다.

우리 차도 이 과정에서 고장이 나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목적지까지 간다는 것은 당연히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하지? '건너자!'

바이드락강을 건너다 강물에 빠진 대형트럭. 다행히 운전기사는 탈출했다.

우리 차와 트랙터를 연결한 밧줄을 풀고 상태를 점검하는 동안 강가를 둘러보다가 익숙한 식물 남가새(트리뷸루스 테레스트리스, Tribulus terrestris)를 발견했다. 전에도 몽골에서 본 적이 있었다. 남가새과에 속한다. 이 종은 분포에서 좀 독특한 면이 있다. 이 종만이 아니라 이 과에 속하는 종들이 모두 분포에 어떤 사연이나 있는 것처럼 특징적인 분포양상을 보인다.

남가새과에는 전 세계에 26속 284종이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의 온대와 아열대 및 열대에 분포한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중에서도 주로 더운 지방에 분포한다는 것이다.

남가새와 남가새 열매(사진 아래).

주변국의 분포상황을 보자. 우리나라에는 남가새과 식물들 중에서 남가새만이 분포하고 있다. 함경북도, 경북(포항), 경남(남해군), 그리고 제주도에 드물게 분포한다. 모두 해안가 모래밭이다. 일본의 경우도 제주도에 가까운 큐슈와 시코쿠의 해안에 자란다.

그러나 몽골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남가새과에 속하는 종이 13종이나 된다. 몽골의 면적이 한반도의 8배나 되면서 관속식물의 종 수에서는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해 종 다양성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현실을 볼 때 대단히 많은 것이다.

앞으로 계속 나타나겠지만 사막이나 염분 농도가 높은 토양에서 자라고 있는 이 남가새과의 종들은 매우 다양하다. 남가새만 하더라도 몽골 거의 전역에 분포한다.

한편 남가새란 납가새에서 온 말로 순우리말로는 마름쇠라고도 한다. 한자이름은 질려( 藜)다. 전쟁 시 적이나 말의 진행을 방해하기 위해서 만들어 길에 깔았던 무기의 일종이다. 남가새는 그 열매가 이와 비슷하다는데서 유래한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이 강물은 어디로 가나?


바이드락강 물 대부분 ‘분차간호’로 흘러
주변 호수 포함 100㎞… 람사르습지 지정


이 강은 항가이산맥의 가장 높은 지역의 하나인 해발 3540m에서 발원해 이곳에서 좀 더 남쪽 해발 1312m에 위치한 분차간호로 흘러드는 바이드락강이다. 길이 310㎞. 항가이산맥 발원지에서 점차 아래로 갈수록 영구동토대가 적어져 푸석푸석해진 땅을 적시면서 결국 반사막지역에 위치한 이 호수로 흘러드는 것이다.

이 강의 유역면적은 4만5020㎢에 달한다. 이 계절엔 이 넓은 유역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이처럼 범람하는 것이다.

이 분차간호가 위치한 곳에는 영구동토가 전혀 없다. 몽골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분차간호와 이미 본란을 통해 소개한 투인강이 흘러들어 만들진 오록호를 위시해서 크고 작은 호수들이 산재한 지역은 겨울엔 2~4.5m 깊이로 결빙한다.

이 위도에서 일 년 내내 결빙하려면 해발 2500~2800m는 돼야 한다. 항가이산맥의 고지대는 연간 강수량이 300~350㎜, 연속적이거나 불연속적인 영구동토대가 있어서 몽골에서는 몇 안 되는 지표수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 분차간호가 위치한 지역은 강수량이 50~150㎜에 불과해 호수로 유입되는 수량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분차간호는 면적 252㎢, 수량 2.355㎦, 평균 깊이 10m이며, 몽골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호수다. 거의 대부분의 물은 바로 이 바이드락강에서 흘러든다.

이 지역은 1974년도부터 2013년까지 40년 동안 1.7℃ 상승하고, 연평균 강수량은 같은 기간 205㎜였다. 이 기간 호수의 면적은 17%가 감소했다고 한다. 면적의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한편 분차간호가 있는 이 일대는 고비알타이산맥과 항가이산맥의 사이로 분차간호, 오록호, 타친차간호, 아드긴 차간호 등을 묶어서 '호수들의 계곡'이라는 명칭으로 1998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동서 약 10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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