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정치/행정
[투·개표 현장 이모저모]
강풍 등 영향 추자도 개표 지연·마라도 주민 투표 무산
후보자 전원에 기표 등 기상천외 무효표 '씁쓸'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17. 05.10. 00:00:00

9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부인 강윤형씨가 아라동 제2투표소에서(왼쪽),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과 부인 김영순씨가 건입동 제4투표소에서(오른쪽)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강희만·강경민기자

40대 여성 투표용지 촬영 사진 삭제 해프닝도
장애인 참정권 보장 선관위 다양한 지원 눈길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제19대 대통령이 마침내 탄생했다.

투표와 개표로 숨가빴던 9일부터 10일까지 1박2일의 현장을 담아냈다.

▶개표=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8시 25분쯤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서 개표사무원과 협조요원 등 개표사무인력 366명이, 서귀포시선관위는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개표사무인력 181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표에 나섰다. 개표초반 개표위원들이 검열을 꼼꼼히 하면서 전산입력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이뤄진 제주시 지역 개표 작업에서 기상천외한 무효표가 속출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출마한 후보자 전원에게 투표한 용지가 있는가 하면, 어떤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후보자 칸을 교묘히 비켜나간 정성(?)들인 용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 참관인은 "예술적으로 투표를 한다. 투표장에 발걸음한 것이 아깝다"고 농담을 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밖에도 후보자 2명을 기표한 용지가 여러장 나왔으며, 선상에서 팩스로 보내온 입회인·선장·투표인의 서명 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무효표로 처리되기도 했다.

강풍과 높은 파도로 추자도 지역 투표함을 제때 개봉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지만 다행히 해경의 경비함정에 의해 개표장에 도착해 무사히 개표가 이뤄졌다.

제주시 지역 개표 작업이 진행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는 일반인 개표 참관인도 함께 해 개표 진행 과정을 유심히 살폈다. 일반인 개표 참관인 제도는 지난해 4·13 총선에 처음으로 시행됐으며, 대선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표 참관인으로 참석한 조옥실(58·여)씨는 "개표 작업이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딸에게 신청을 부탁해 참여하게 됐다"며 "참관 중 투표 관리관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무효 투표지를 발견해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투표=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일부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가 기상악화로 무산됐다. 오전 8시를 기해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인해 제주도 본섬의 모슬포항과 마라도를 연결하는 소형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라도를 주소지로 둔 주민 108명 중 31명이 사전투표를, 제주 본섬에 있던 15명이 이날 투표하면서 결국 마라도 주민 62명이 투표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도2동 제7투표소(도남청소년문화의집)에는 자녀, 부모 등 가족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많았다.

박혜영(37)·배성환(37)씨 부부는 뱃속아기 '여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부부는 "임신 25주차에 접어들어 점점 몸이 무겁지만 당연한 권리인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힘을 보이고, 여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이도2동 제10투표소(이도초등학교)에서는 40대 여성 A씨가 투표 용지를 촬영했다가 '촬영 확인서'를 작성하고, 투표 참관인과 선거 사무원들이 보는 앞에서 사진을 삭제하고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제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 기표한 투표 용지를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외부에 게시한 경우 형사 처벌되지만, A씨의 경우처럼 사진을 현장에서 즉시 삭제하고 촬영확인서를 작성하면 귀가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준비한 다양한 지원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제주시 외도동 제3투표소에서는 지체장애 1급 이승훈(45)씨가 휠체어를 타고 투표에 나섰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이씨는 선거관리위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활동보조인과 이동차량을 이용해 큰 문제없이 투표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은범·이태윤·양영전기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