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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겐 너무 먼 음향신호기
엉뚱한 곳에 설치되는 등 제기능 상실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15. 05.08. 00:00:00

점자블록과 연계되지 않은 채 설치된 음향신호기.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문모(50·제주시)씨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점자블록을 따라 어렵사리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지만, 음향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와 마주하는 것이 다반사다. 신호등 기둥에 음향신호기가 달려있다 하더라도 점자블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바로 찾기가 쉽지 않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도로를 횡단할 때 음성으로 안내해주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문 씨는 "막상 신호기를 이용하려고 보면 고장이 나 있거나 점자블럭과 떨어져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신호기의 안내를 받아 건너려 해도 안내 멘트가 너무 짧은데다 볼륨이 제각각이여서, 차소리와 경적소리가 뒤섞여 더욱 혼란만 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6일 제주시 연동 그랜드호텔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음향신호기를 눌러 점검해보니 문씨가 겪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자블럭이 설치된 횡단보도 보행자 정지선에 서보니 신호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또한 8대의 신호등에는 신호기가 모두 설치돼 있었지만 버튼을 눌러보니 음량이 제각각이고 소리가 나지 않은 고장난 신호기도 있었다.

현재 도내 보행신호등 1480곳 가운데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것은 786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오작동이 많고 형식적으로 설치돼 전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제주시지회 관계자는 "거리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만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라며 "시각장애인 전용 무선리모콘 보급을 확대하는 등 설치된 것이라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자치경찰단 관계자는 "현재 시각장애인 전용 무선리모컨과 호환되는 음향신호기 시스템으로 교체된 상태"라며 "도내 3개 업체에 맡겨 수시로 점검·관리를 하고 있으며,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소정·이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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