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는 동백동산 람사르습지 보전 활동과 습지생태체험을 통한 습지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느리게 가지만 함께 가자'는 취지 공감 주민·사회적기업·예술가 원탁회의 논의 동백동산·먼물깍 등 생태·문화자원 보유 2005년 11월 문화·환경·생태 도시 연수에서 기자가 찾았던 스위스 알프스 고갯길에서 '느림의 경쟁력-슬로 빌리지'에 대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알프스 고갯길은 6월부터 9월까지만 개방하고 있었다. 10월 17일 이후부터는 눈길로 인한 사고위험 때문에 통제하고 이 이전이라고 할지라도 날씨가 나쁘면 통제가 이뤄진다. 일행들이 이 고갯길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 이 고갯길을 넘어가기 위해 일행은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폭 2m30cm가 넘으면 이 고갯길을 넘을 수 없다. 차량 폭을 제한하기보다는 길을 넓히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 뻔한 우리로서는 이 불편함은 스위스의 풍광을 지키는 보물이라는 생각에 싫지만은 않았다. '느림의 미학' '돌아가는 즐거움' '아슬아슬한 스릴'까지 동시에 만끽하게 해준 알프스 고갯길 체험은 그 이후로도 두고두고 잊지 못했다. 제주에서 어떤 마을이 '느림'을 고집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느림'의 가치를 중심가치로 삼기 위해서는 결국 '느림' '슬로'를 '공생'으로 가야한다. 빠르게 획일화되는 부분을 천천히 다양하게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느리게 가지만 함께 가는 마을 선흘1리를 들여다보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이장 박현수)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북방향 중산간에 위치한 마을이다. 선흘의 '흘'은 깊은 숲을 의미하며, 제주의 숲 곶자왈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300여 가구 6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생태관광 활성화' 성공모델로 꼽힌다. 선흘1리는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생태관광(2006년 설립)과 지역주민과의 협력기반이 우수한 특징을 갖고 있다. 람사르습지로 등록(2011년)된 '동백동산 습지'와 천연기념물인 벵뒤굴, 4·3항쟁 유적, 독립영화 '지슬' 촬영지 등 다양한 생태·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부터 선흘1리는 동백동산 람사르습지 보전 활동과 습지생태체험을 통한 습지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환경부 시범 지정 람사르마을이 되고, 생태관광지로도 선정돼 주민들의 역할은 더욱 커져갔다. 이에 보전과 활용의 공로를 환경부가 인정해 준 상이다. 이렇게 선흘1리는 선흘곶 동백동산을 기준으로 생태마을을 고집하고 있는 '느림마을(슬로빌리지)'이다. 선흘1리는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중 선흘곶을 동쪽으로 접하고 있다. 용암동굴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군데군데 물이 고이는 습지가 발달돼 있다. 또한 곶자왈의 보온·보습 특징으로 인해 양치류와 난대 상록수림이 울창하다. 선흘곶 내 동백동산은 선흘1리 산12번지 해발 140~160m에 넓게 분포하는 상록수림지대를 말하며,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다. 동백동산이란 이름은 특히 동백나무가 많아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먼물깍은 선흘1리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동백동산 해발 140m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000㎡정도이고, 전형적인 암반습지이다. 습지의 물은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까지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했다. 먼물깍에는 환경부 멸종위기2급인 순채가 우점하며 송이고랭이, 올방개, 통발 등이 있다. 겨울철새 원앙이 날아와 먹이활동을 하는 곳으로 201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2012년 선흘곶 축제. 사진=한라일보 DB 마을이 생태적 가치를 지켜 나가고 공동체성을 회복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한 어떤 문제든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 그러면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은 행정 협의체위원들이 해결하도록 하고, 마을의 볼거리 확보나 스토리텔링, 생태관광 프로그램 기획 등은 관련 전문 위원들이 해결한다. 마을을 응원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돌하르방공원의 김남흥 원장은 주민 스스로 흙으로 빚어 마을 모형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선흘1리에는 리민큰마당이라는 주민 전체 간담회도 열린다. 주민 100 여명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10여개의 원탁에 둘러 앉아 누구도 소외 없는 회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합의를 이루며 마을의 자랑과 지켜야 할 것 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나간다. 이렇게 선흘곶 축제로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가 회복되고, 원탁회의를 통해 마을이 지켜야할 것들을 의논해 나가고 있다. 마을 청년회장을 지낸 한상택(41)씨는 "10년째 마을로 돌아와 살고 있다"며 "마을이 살기 좋아져서 다른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꿈꾼다"고 말했다. 몇해전 '동백동산'을 제주올레코스로 하겠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마을에서는 이를 거부했다. 그 이유는 동백동산은 '꼭 오고 싶은 사람'이 오도록 하는 것이 그 가치를 더 높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너도나도 올레코스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하던 시기였지만 마을에서는 '역발상'을 했고 지금도 그 선택이 잘했다고 믿고 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나무하러 갈때 같이 갈까? 따로 갈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모다정 큰낭허게(우리 함께 가서 큰 나무 합시다)' "이것이 '슬로빌리지'이자 '생태마을'인 선흘1리였다. 선흘1리 박현수 이장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소통" 제주도내 '슬로 빌리지'를 고심하다가 선흘1리를 선택하고 만난 박현수(58·사진)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선흘1리에는 동백동산 숲과 습지 그리고 마을이 서로 같이 살아가고 있다. 마을의 일은 주민들이 원탁회의를 개최해 방향을 논의한다. 대표자들이 결정하면 쉽지만 이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을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것이 바로 적극적으로 생태관광에 참여하게 되는 힘이다. 박 이장은 "선흘1리는 '생명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설촌이전부터 이 터를 지켜온 동백동산과 그 안에 깃든 자생식물, 동물, 그리고 모든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보전한다는 것이다. 또 서로 화합하는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지키고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소통을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박 이장은 "숲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며 "선흘곶 동백동산을 활용하는 것이 법으로 규제됨이 주민들로부터 반감을 산 적도 있지만 지금은 보전된 것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백동산'으로 마을에 일거리가 생기고, 마을의 복지를 하나씩 준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앞으로 선흘1리 생태관광 협동조합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조합의 규약들은 논의를 거치면서 정해 갈 것이고, 그 소득은 주민들을 위해 쓰이는 '선순환'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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