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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졸속 행정이 앗아간 '알작지 해안의 추억'
입력 : 2014. 12.11. 00:00:00
전남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에는 특유의 갯돌(검은 자갈) 해변이 있었다. 작고 새까만 갯돌들이 밀려오는 파도에 차르르~ 하고 소리를 내면 그 자체가 음악이 되곤 했다. 지난 1999년 환경단체인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풀꽃상을 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과 생명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예송리 갯돌 해변은 천재(天災)에다 인재(人災)까지 겹쳐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1차적 원인은 2012년의 태풍 볼라벤이었다. 태풍으로 인해 바다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 시설물이 모두 갯돌 해변으로 밀려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변을 덮고 있던 양식장 폐더미에서 불이 나 대형 화재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굴착기들을 대거 동원 갯돌 해변을 마구 파헤쳤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플라스틱 등이 갯돌로 녹아들면서 그 아름답던 갯돌 해변은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왓은 도내 유일의 몽돌 해변이다. 파도가 알처럼 작은 자갈과 어우러져 내는 소리는 알작지 해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치 오케스트라가 바다를 연주하는 교향악처럼 들린다고 한다. 그러기에 제주의 '숨겨진 비경(秘境)'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예송리 갯돌 해변처럼 내도동 알작지왓도 옛 원형을 잃은 지 오래다. 인공구조물인 방파제가 들어선 이후 조류(潮流)의 흐름이 바뀌면서 조약돌이 사라져 이제 거친 속살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 뒤엔 행정의 잘못된 정책 판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원(노형 갑)은 9일 열린 2015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환경파괴 사례를 들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6년 지정기준도 무시한 어촌정주어항 사업에 의해 포구에 방파제가 건설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는 당시 알작지 해안의 자연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14억원을 투입해 방파제를 건설했으나 천혜의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한 결과만 초래했다. 한치 앞도 헤아리지 못한 졸속 행정이 결국 '알작지 해안의 추억'을 앗아간 셈이다. 그리고 다시 7000만원을 들여 복구용역을 실시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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