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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선소감]송지은 "시가 되지 않는 시의 함정" ![]() 하지만 어미는 달랐다. 앞서가다 뒤돌아서서 새끼들을 기다리고 또 앞서가다 멈추길 반복했다. 도로를 건너고 수로를 건너고 마침내 큰 저수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미는 어서 와라, 이리 오라고 재촉하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앞서가서 말없이 지켜보고 기다릴 뿐. 내게는 시가 그러했다. 어미처럼 묵묵히 기다리다 위안의 눈길을 건네주는 존재였다. 그것은 고통이면서 아픈 부분을 치유해주는 내 삶의 진통제였다. 하지만 그 문턱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시가 되지 않는 시의 함정에서 오래 머물렀다. 지금도 그 함정에서 벗어났는지 알 수 없으나 건조한 겨울에 눈이 있듯이 먹빛 가슴에 가끔은 초록으로 퍼지는 파장을 볼 수 있다. 겨울 하늘은 차고 푸르다.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해도 혹독하게 날을 세우는 이 계절이 나에겐 희망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존재하리라 믿으며 함께 글공부했던 동기들이 내 이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부를 수 있게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한라일보사에 고마운 마음 올린다. 글의 바다에 밀어 넣어주신 은사님들. 나보다 더 크게 기뻐하는 형제와 친구에게도 느낌표가 되는 시로 보답하고 싶다. 아직도 내 삶에 풍경이 되어 주시는 팔순의 어머니, 이제는 지하에서 둥근 웃음만 보이는 아버지께 술 한 잔 올려야겠다. ▷1964년 충남 금산 출생 ▷서울문화예술대학 방송문예학과 졸업 [소설 당선소감]송민성 "절망이 모여 나를 만들어" ![]() 작품노트 첫 장에 적어 놓은 김현 선생의 글이다. 부적처럼. 어떤 신앙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로 늘 접하게 되는. 부여에서 올라오는 길에 당선소식을 들었다. 하얗게 사라지는 백제의 거리를 보며, 무용함으로써의 유용함을 되뇌었다. 기쁘다. 무엇보다, 이제 스스로를 의심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어 기쁘다. 너무 멀리 돌아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선 기분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부르튼 발을 씻고서, 다시 내처 걸어야겠다. 가엾은 내 시절들을 되새기며 갈 것이다. 고약한 카피라이터로 타인에게 상처 주며 살았던 날들, 집안의 가구처럼 적막하게 보냈던 백수의 시절, 자괴감에 헐떡이며 죽음을 생각했던 순간들까지, 모든 시간을 잊지 않겠다. 그 절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행복에도 그림자가 있음을. 기쁨의 등 뒤로 보이는 슬픔의 희미한 얼굴마저, 보듬으며 살아가야겠다. 마지막으로 까마득한 벼랑 앞에 서 있던 내 어깨를 잡아주신 심사위원들과 한라일보 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모난 내 성정을 견뎌준 효철과 규빈.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서울시 영등포구 출생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시 심사평]허상문 문학평론가 "미적 형상화 시도 탁월" ![]() 지역의 신문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을 가진 한라일보 신춘문예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올해 1100여 편의 작품이 시 분야에 응모했다. 그러나 많은 작품들이 일상의 현실에 숨겨진 대상을 치밀한 묘사력과 참신한 비유로 표현해내거나, 인간과 세상의 모습을 개성 있는 언어로 변주해내는 시적 능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지은의 '풍경에 놀다', 송재선의 '발로 읽히는 유서'를 만난 것은 커다란 수확이었다. '풍경에 놀다'는 현실의 삶을 '풍경'의 모습으로 역동적으로 끌어당기거나 체감하여 미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시도가 탁월했다. 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방식의 감수성과 화법도 두드러졌다. '발로 읽히는 유서'는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뇌의 흔적이 담겨 있어서 작품을 읽는 동안 계속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다. 하지만 한 편의 시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고 다소간에 사변적이어서 주제의식이 산만해졌다. 두 작품을 두고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했으나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은 신춘문예의 의의에 더욱 어울리는 작품으로 송지은의'풍경에 놀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송미선의 '꼬리연', 남상진의 '섬', 조성필의 '물허벅'과 같은 작품들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을 바란다. [소설 심사평]오을식 소설가 "생의 굴곡 예리하게 포착" ![]() '뼈 무덤'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복원 시키려는 탄광촌 형제의 이야기로, 첫 장을 넘기면서 당선을 예감한 작품이었다. 문장이 문장을 불러내 적소에 배치하는 솜씨가 탁월했고, 현실과 다소 유리된 소재를 버무리는 데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소년이 탄광촌을 마치 자신들이 꾸리는 독립된 하나의 세계로 그려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인 점이 아쉬웠다. 서사의 폭이 너무 좁고 단순한 점, 그래서 결말의 실체가 어떻게 테마로 연결되는지 모호해서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서사에 먹이를 주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좋은 소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복어'는 맛과 치명적인 독을 동시에 가진 복어를 인간의 삶에 대비시켜 생의 굴곡진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다. 생생하게 그려내는 묘사력, 군더더기 없는 대사, 개성적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선도하는 긴장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는 물음 앞에 당당하게 맞설 테마의 진정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흠이라면 작품의 결말 부분을 너무 느슨하게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노련한 이야기꾼은 독자의 상상력까지를 플롯의 영역에 넣어두고 어디에서 결말의 마침표를 찍어야 작품이 스스로 빛나는지를 아는 법이다. 결말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복어'를 당선작에 올린다. 신춘문예가 신인 작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 신인이 작품에서 보여준 창작의 여러 재능을 높이 샀다.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존의 문제임을 곧 터득하게 될 이 신인 작가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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